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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8   스물 세 번 째 마당- 동유럽의 향기(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의 사라예보, 모스타르 편 9/17-9/20)
2010/10/13   스물 두번째 마당-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의 바냐루카 편-9/12-9/17
2010/10/09   스물한번째 마당- 동유럽의 향기-옛 유고연방국가(크로아티아의 벨리카고리차 편 9/10-9/12)
2010/10/01   스무 번 째 마당 -동유럽의 향기-옛 유고 연방국가들-세르비아의 니쉬, 베오그라드 편


스물 세 번 째 마당- 동유럽의 향기(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의 사라예보, 모스타르 편 9/17-9/20)
여행 | 2010/10/18 23:00

스물 세 번 째 마당- 동유럽의 향기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의 사라예보, 모스타르 편 9/17-9/20)

여행 5개월 만에 짐 값 하나를 줄이는 방법을 뒤 늦게 터득한

무 개념 부부는 새삼 희한한 것이라도 발견한 것 인 양 희희낙락이다.

  아니, 긍께... 배낭 하나만 버스 짐칸에 맡기고 작은 것은 로자가 메고,
나머지  한 개도카라 등짝에 얹어 놓고 차에 올라 통로에 놓았다가,

빈 좌석 신세를 살짝 지면 될 것을... 아무 생각 없이 가방 두 개에

대한 비용을 꼬박꼬박 지불했으니...쯧쯧...

절로 탄식이 나오고 차돌 같은 머리를 박박 쥐어박고 싶다.

동유럽 여러 나라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짐칸에 맡기는 물건은

반드시 비용을 따로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돈 단위가 적으면

적은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머리가 나쁘면 손발 고생은 물론,

주머니에도 궁끼만 주렁주렁...

암튼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헤헤 거려 보지만 영 찜찜...

여행경비 한 푼 아껴 보려고 아점으로 한 끼, 하루에 딱 한번 식사다운

음식을 먹은 것이 몇 번인데 이렇게 아둔하고 바보 같을 수가...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의 수도 사라예보는 1973년 우리나라의 탁구 국가대표 이에리사
선수가 세계대회우승의 낭보를 전해 주었던 기억속의 도시이다.

세계 제1차 대전의 발발지로도 각인되어 있는 사라예보를 거의 6시간 걸려 도착했다.
수도로 향하는 길이 왕복 딱 2차선, 불편한 만큼

산수가 수려한 경치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차창 밖을

내다보며 가노라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른다.

동네 마을버스도 아닌데 맘씨 좋은 운전기사 아저씨는

세워 달라는 대로 다 정차 해주고..

우편물도 맡아서 보관해주고...

기사 3명이서 번갈아 가며 느긋하게 운행한다.

이러다 언제 서울 간대유?

앞에서 레미콘이 느릿느릿 엉덩이를 흔들며 가도,

쥐방울만한 2인용 소형차가 알짱알짱 거려도

인상 한번 찡그리지 않고 그야말로 인내의 극치,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운전수는 추월은 물론, 빵빵 거리는 경적

한 차례도 울리지 않는다. (상상이 되나유? 절대 뻥 아님!)

1992-1995년 동안의 참혹한 내전에 부모형제 이웃을 잃고

고통의 세월을 보낸 사람들이지만 무뚝뚝한 표정처럼 보였던

그들이 화장실에 로자 혼자 유유히 다녀오는데도

웃으며 기다려 줄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너무 순박해서 당하고만 살았나 보다.

안전벨트가 전혀 필요치 않을 만큼의 속도로 이 골목 저 골목

수화물도 전달하고, 잠시 짬 내서 담배 한 대 피고 오라고

알려도 주고, 장대한 발칸 산맥의 기운을 받아서인지

서두르는 것이 없다.

너무 느긋해서 우리의 약속시간 7시에 도착이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사라예보 에스페란토 협회 회장인 세나드가 발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있을 생각에 맘은 급한데 덩치 큰 버스는

바쁠 것이 하나 없다는 듯이

거북이 운행을 한다.

살루톤!(안녕하세요!)

오래 기다리셨죠?

한 두 시간 늦는 것은 다반사라서 저녁 7시 도착이라면

8시에 마중 나오면 된다고 이곳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준다.

가난한 살림살이들 신세 지기가 미안해서 저렴하게 민박을

이틀밤 머무는 걸로 50유로에 구했다. 뜨거운 물과

넓은 주방, 햇빛 잘 드는

남향집을 골라 못다 했던 빨래도 하고

오랜만에 내 집 처럼 당당히(?) 주인의식을 가지고

청소도 하고, 보글보글 쌀밥에 구수한 누룽지도 끓이고,

귀한 생선 한 마리도 튀긴다.

밥 심 두둑!! 이제야 사라예보가 제대로 보인다.

수 백 년 전통의 자존심을 지켜가는 골목마다

빛나는 바닥돌이 투명 광택제를 칠한 것처럼 반들거린다.

옷깃이 부딪힐 정도로 줄줄이 이어지는 관광객들이

거리에 넘쳐나고, 세상을 바꾸어 보자고

외치는 총선 후보자들의 유세 선전전이 가는 여름 햇살

못지않게 뜨겁다.

3년여의 내전의 아픔을 상기하는

조각품들이 폭발 현장에 전사자의 명단과 함께 부착되어 있다.

도심 번화가 한 가운데서는 돌아가신 영령들에 대한

추모의 불을 매일 밝히고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옆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마이클잭슨의 빌리진이 무참하게도 이 긴장을 깨버린다.

또 한쪽에서는 마돈나가 마치 자신이 천연기념물이나

되는 것처럼 ‘처녀처럼’ (Like a virgin)

순진을 떤다.

동족살육의 비통한 역사를 함께 공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옛 유고 연방 6개국과는 여러 가지 차이가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하나의 민족으로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나,

종교 문제가 분쟁의 씨앗이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옛 유고 연방 국가들은 한 민족, 하나의 언어는 아니지만

거의 이해 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종교가

내전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다만 부러운 것은 언제든지

버스타고 기차타고 국경을 넘어

예전의 형제국가들을 맘껏 드나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서로가 피해자라는 골 깊은 응어리가

풀리려면 아직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느낀다.

신 유고연방 부활을 외치며 등장한 전범 밀로세비치의

야욕은 인종청소라는 잔인한 동족살육의 참극을 불러왔고

한 독재자의 핏빛 야망으로 뿌려진 비극의 씨앗은

지금도 뽑히지 않는 잡초처럼 남아

순박한 민초들을 고통의 덩굴처럼 휘 감는다.

많은 것을 잃게 한 전쟁이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의 싹은 자랐다.
사라예보의 어린이 12명이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에스페란티스토들의 도움으로 내전의 격화되던 그 기간에

3주 동안 안전하게 피신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당시 9살이던 세나드 회장의 딸은 지금 어엿한 숙녀로 자라

유창한 에스페란토로 우리와 인사하고, 그 당시 함께 떠났던 소녀 중 한명은
카탈루냐 청년과 결혼하여 스페인에서 살고 있다 한다,

12명의 어린이 중 다른 한명의 아버지는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의 고위공직자로
재직 시, 에스페란토 행사 때 마다

물심양면 전폭적인 지원을 해줌으로써

그 은혜를 갚아 나갔다고 한다.

지금도 세나드 집 마당 한 구석에 자리 잡은 녹슨 화분은

전쟁 때 날아 온 3톤짜리 불발탄으로 만들어 진 것으로서,

모진 과거 다 잊으려 안간힘을 다해

오늘도 평화의 꽃을 피우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사라예보를 실컷 누리다가 또 다른 이슬람 문화가 묻어나는
모스타르로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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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두번째 마당-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의 바냐루카 편-9/12-9/17
여행 | 2010/10/13 05:26

스물 두 번 째 마당- 동유럽의 향기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의 바냐루카 편 9/12-9/17)

보스니아 내전이라는 뉴스로 우리나라 TV에 자주 등장했던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로
향하는 배! 째라 부부의 발길이

두려움과 설레임에 종종 거린다. 과연 안전하게, 아무 근심 없이

우리가 가고자 하는 대로 다닐 수 있을까라는 의혹은

오직 매스미디어에 모든 정보를 의존하는 로자같은 보통사람들이

가지는 걱정이라 생각하면서...

아니나 다를까 국경을 넘는 곳에서 경찰이 먼저

여권을 수거하고 되돌려주었는데 카라를 오라고 호출한다.

아차! 무슨 일이 발생했구나 하는 불안감에 로자가

득달같이 달려갔다.

경찰 3-4명이 당황한 듯이 카라에게 북한에서 왔느냐고

영어로 서툴게 물어본다. 크로아티아의 벨리카고리차에서

이곳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의 바냐루카까지 남한 사람이

단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코리아라는 단어만 보고도 허둥지둥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로자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영어로 쏼라 쏼라 한다.

우리는 한국인이라고 다만 남쪽에 산다고...

근데 뭔 문제 있냐고?....

미안한 듯 미소와 함께 여권을 되돌려 주면서

전혀...노 프로블렘이란다...

게임은 싱겁게 짧게 산뜻하게 마무리되었다.

국경을 넘었다고는하지만 한때는 같은 나라였던 곳이라서

거의 3-4시간이면 6개의 이웃 형제의 나라로 쉬이 넘나들 수 있다. 입국심사
하느라고 그렁저렁 놀며 쉬며 여유롭게 보냈지만

3시간 만에 도착한 이곳 바냐루카는 들판마다 옥수수가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며 하늘 향해

치솟고, 불그스레한 석양이 연상되는 듯한 색깔의 저층

아파트들이 군데군데 모여 있는 평화로운 도시이다.

우리를 초대한 에스페란티스토 미라는 법률가로

지난 8월 루마니아 SAT대회에서 만난 이후 자신의 나라로

여행해 줄 것을 강력히 희망했다. 보스니아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말하고 싶어서인지 우리 부부를 그녀의 고향

바냐루카에서 다시 만나자고 제안한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사람들이 고단하게 지내고 있지는 않을까?

먹고 사는데 그리 큰 지장은 없을까?

가난한 나라에 가서 한사람도 아닌 두 사람이 가서 식량을

축 내는 것은 큰 민폐가 아닐까?...

이런저런 걱정은 하면서도 미라의 밝고 명랑했던 표정을

떠올리며 바냐루카의 팻말이 보이는 버스 정류장에

무사히 내렸다.

그러나 미라는 보이지 않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발견할 수 없는 코 큰 사람들만이 낯선 이방인의

등장에 일동 주목한다.

순간 당황...

뒤적뒤적 수첩을 꺼내고...

미라네 전화 번호를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찾고...

로자의 입은 십리만치 나오고...

로자 만한 배낭을 짊어진 카라의 이마에도 어느새

내 천자가 자연스레 그려지고...

잠시 후 우릴 태우고 온 버스 운전기사가 모든 상황을

알겠다는 듯이 다가오더니 자신의 핸드폰으로

미라네 집으로 전화를 걸어준다.

미라도 버스정류장에서 우리를 기다리다 지쳐 막 집에 도착한

순간이었다. 개인용 컴퓨터가 대중화 되지 않은 이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흔한 일이 생긴 것이다.

시내버스로 약10여분 만에 도착한 미라네 집은 2층짜리

우리나라의 빌라 같은 주택으로 그녀의 아버지가 바로 옆에 위치한

병원의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임대 받은 것을 그 후에 구매한 곳이다.

우리가 머물게 될 방은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 같은

특수 종이에 그려진 진귀한 미술작품들이 방안 벽 가득 걸려있고

호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온 각 나라의 인형과 조각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늑한 곳이었다. 동서양 예술의 향기에

흠뻑 젖어서 5박 6일간의

교양이 철철 넘치는 휴식을 이 방에서 취하게 되었다.

말없이 옅은 미소와 함께 우리를 맞아주신 미라의 어머니는

거실의자에 앉아 하루 종일 창밖만 내다본 채

일체의 외출을 안 하신다.

5년 전 아버지의 죽음 이후 외부의 나들이를 중지하고

사람들과 왕래도 거부한 채 지내신다고 한다.

그로인해 몸은 나날이

비대해지고 인정사정없는 비만의 결과는

온 몸 구석구석 통증을

유발하고, 우울증과 의욕상실의 악순환에

시달리고 계신 것이다.

배! 째라 부부의 철딱서니 없는 천방지축 에너지가

미라 어머니께 조금이라도 전해져 건강이 회복되시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첫 날을 보낸다. 고국에서의 불효자들이

타국에서 효도 좀 해보자고

두 손 맞잡고 결의하면서 먼저 쑥뜸과 침에 대하여

설명을 하기로 하였다.

흉터와 아픔 때문에 침과 쑥뜸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은데 그것의 효능은 둘째 치고라도

과연 외국인이 한국의 전통 치료법을 수용할 지

그것이 문제이다.

그러나 이미 중국의학이 소개가 많이 되어 있어서

이곳 사람들은

동양 전통의학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다고 한다.

기침, 식욕부진과 허리. 엉치, 다리 등 온몸 구석구석 통증에

시달리는 미라 어머니께 족삼리와 곡지, 폐와 기관지들을

다스리는 폐유, 고황의 자리를 잡아드리기로 하였다.

침과 쑥뜸은 경혈자리만 잡아주면 누구나 손쉽게

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우리의 전통적인 의술이라고 하지만 대중화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김남수 선생님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침술 강좌는

사람들로 미어터지고, 경동시장에서는 뜸쑥 구경하기도

힘들 정도의 선풍적인 인기와 함께

우리 앞에 화려하게 부활하였다.

침과 쑥뜸 한 두 번의 시술로도 미라 어머니는

엉치와 다리가 가벼워져 식사도 한층 즐겁게 하신다.

언제나 모녀지간이 밥 때만 되면

‘ 조금 더 드시라고...먹고 싶지 않다고....’

아웅다웅 싱갱이가 벌어져 미라가 속상해

죽겠다고 하소연 했었다.

거식증상 까지 보였던 그녀가 음식 더 달라고 부탁도 하고,

식사 중에도 카라만 보면 키스를 보내고, 손을 꼬옥 잡아주고,

발그스레한 홍조와 함께 담배도 거침없이 권한다.

흡연자들끼리의 동병상린이 침과 쑥뜸 몇 번 만에 국경을 넘는

인간애로 한층 더 승화되는 것 같다.

여동생 밀란은 생리불순과 불임의 고통 경험으로

침과 쑥뜸에 대해 대단한 신뢰를 보낸다. 거침없이 뽀얀 살결을

내보이며 자신도 침, 뜸 자리 잡아달라고 카라에게 부탁한다.

부지런하고 깔끔한 두 효녀는 자신들의 건강도 썩 좋지

않으면서도 오직 엄마의 건강을 염려한다.

덕분에 엄마의 절친한 친구 재떨이에는 담배꽁초가

붙어나지를 않는다. 엄마의 안녕을 위해 항상 손에

물 마를 날이 없은 두 자매는 기꺼이 자신들의 노력과

수고로 엄마가 기운을 되찾는다면 더 할 수 없는

기쁨이라고 울먹인다.(심청이가 유럽에도...)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에서도 외국인이 자신의 집에

머물 경우에 경찰서에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

지난 불가리아 방문 때

경험했던 불쾌한 기억 때문에 기분이 썩 좋지 않게

미라네 집을 나섰지만 친절한 경찰관과 더욱 간소한 절차는

이곳이 불가리아 보다는 민주화가 더욱 당겨진

사회임을 보여주는 것 같다.

걱정도 팔자인양 너무도 평화로운 도시 바냐루카에서

우리를 첫 맛에 반해버리게 한 음식이 있었다.

큰 파프리카 속에 감자, 버섯, 양파, 치즈 등을 다져 놓고

거기에다 밥도 담겨 있는 빠따라는 이곳의 전통 요리는

보기만 해도 눈이 달콤해진다. 마늘이 향긋하게 첨가 된

토마토소스가 코를 찌르면서 더 한층 식욕을 자극하여

단 한 숟갈 만에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아,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다 획득하는 한마디로

예술 같은 진미이다.

세르비아 에스페란티스토 테레사 할머니의 큰 따님이

우리의 2박 3일 일정을 자신의 집에서 보내라고 해준 것만도

고마운데 빠따 비슷한 음식을 장만해 주어서

황홀한 점심을 한 적이 있었다. 약간 재료에 차이는 있지만

눈물이 나도록 맛있는 빠따는 한국에 돌아가면

제일먼저 해 먹고 싶은 성찬이다.

9월 14일 오후 6시에 약 20여명이 모인다는 바냐루카

에스페란토 ‘라 몬도’에 초대 되었다. 바냐루카 주정부가

이 지역의 아트갤러리를 무상임대 해준 아담한 장소에서

로자의 공연이 펼쳐졌다. 단 일곱 명이 모인 단촐한 자리였지만

일당 500 하는 마음으로 보내주는 정열적인 7인의 열렬한

박수소리와 환호성은 충분히 그들의 심정을 전해

받은 것 같아 로자 또한 서운하지 않다.

한 달 뒤에 치루어지는 총선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석 못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한데 어우러진

그들의 진심을 충분히 느꼈기 때문이다.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의 제2의 도시인 바냐루카가 자랑하는

유적지 관광에 나섰다. 미라의 장황한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참혹했던 내전의 흔적을 보여주는

트브르챠바 성(TVRGXAVA KASTELO)벽에는 폭탄 맞아

문드러진 지붕이 그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성벽 밑으로 도도히 흐르는 바르바스 강은

시퍼렇게 멍든 그들의 가슴 속으로 끊임없이

치유의 약수를 흘려보내 주는 것처럼 보인다.

몇 년 전 엄마를 잃은 로자와 카라는 미라 엄마와의

시간이 너무도 행복한 나날이었다. 말은 안 통하지만

마치 오랜만에 엄마 젖을 만지고 있는 포근함으로

시간이 이대로 멈추어주길 바랬다.

그러나 어김없이 이별의 순간은 닥쳐오고

아무리 감추려 해도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는 없다.

식욕도 의욕도 잃었던 미라 어머니께선 에스페란토를 배워서

우리와 자유로이 대화하고 싶다고, 내년 한번 더 와 달라고

우리의 손을 꼭 잡고 요청하신다. 엄마의 놀라운 변화에

미라도 기뻐 울고 카라와 로자도 울컥하고...

그저 말없이 그렁해진 눈물로 대답을 대신한다.

언제 또 다시 엄마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하늘의 천사를 대신해서 이 세상에 엄마를 보냈다는

신화가 아니더라도

엄마의 존재는 우리가 사는 삶의 이유이며, 증거이기에

엄마 없는 하늘아래 있는

가엾은 카라와 로자의 축 늘어진 발걸음이

쉽게 바냐루카를 떠나지 못한다.

어머니 부디 만수무강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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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번째 마당- 동유럽의 향기-옛 유고연방국가(크로아티아의 벨리카고리차 편 9/10-9/12)
여행 | 2010/10/09 04:58

      스물한번째 마당- 동유럽의 향기-옛 유고연방국가

         (크로아티아의 벨리카고리차 편 9/10-9/12)

  옛 유고 연방 국가 중의 하나인 크로아티아에 버스로 입국 할 시에는
  모두 다 차에서 내려서 여권 심사를 받아야 한다. 무표정한
  두 경찰관이 서로 분담해서 후딱후딱 일 처리했으면 좀 좋겠나
  싶은데, 한 명은 열심히 업무 처리하는 것 같은데 또 한 명은
  빈둥거리며 앉아 있는 것 같다. 비교적 간단하게 끝나는
  과정이었지만  곤히 잠에 빠진 사람들을 내려라 다시 차에 올라가라
  참 성가시게도 군다.

  그러나 버스 기사가 2-3명 함께 승차하여 번갈아 가면서 운행해가는
  배려는 바로 승객들에 대한 최상의 서비스로 느껴진다. 또한 우리가
  방문했던 그 어느 휴게실에서도 만나지 못했던 무료 화장실을
  크로아티아에서 만났으니 여권심사의 불편함 쯤은 감수해도
  무방할 것 같다.

  가는 곳 마다 화폐를 바꾸어야 하는 불편함은 가뜩이나 산수에 약한
  배! 째라 부부를 혼란에 빠뜨려 전혀 돈 계산을 못한다.
  비싼지 싼지 점점 무신경해진다. 크로아티아의 화폐단위는
  쿠나(kn)로 유로 가입국가로서 물가가 상당하다는 것만
  어렴풋이 느끼게 한다.

  약 5시간이 소요되는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까지 가는 버스 요금이 짐값 2개(150din)를
  포함하여 6660din(세르비아돈)이다. 우선 돈 단위가 엄청 커짐과
  동시에
  우리 부부의 부담도 점점 커진다.

  거대한 숲속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벨리카고리차(Velika Gorica)는 호주 방문 이후 가장 신록이
  우거진 곳으로 로자가 다시 방문하고 싶은 제1의 도시이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서 트램으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이곳은 거의 모두가 크지 않은 아담한 2-3층 양옥집에 소박한
  정원이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어서 어느 대문을 열고 들어가도
  알록달록 예쁜 꽃들이 반겨 맞을 것 같은 곳이다.

  꽃들의 세상에 온 것 같은 행복함을 안겨 주는 이곳에서
  제8차 크로아티아 전국 에스페란토 대회가 열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스페란티스토 스포멘카(Spomenka)의 친절한 배려로
  참석을 하게 된 우리 부부는 그녀의 체계적인 계획과 관리로
  벨리카고리차에서 안락하고 편안한 대회를 즐기게 되었다.

  약 20여 년 전 한국에 방문하여 만난 적이 있었던 그녀를 지금은
  나이가 들어 버려 카라가 몰라 볼 정도로 변해 버렸지만 따뜻한
  그녀의 환대와 마중으로 로자의 마음은 이미 그녀의 펜이
  되어 버렸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에스페란티스토의 대화가
  궁금해진다. 쉽게쉽게 선명한 발음으로 능숙하게 설명해주는
  모습에서 이미 거목의 면모를 엿보게 한다.

  저녁을 함께 하자고 초대한 에스페란티스토
  스티페 무츠(Stipe Muic) 의 집에는 그의 노모와 아내, 아들이
  모짜르트 심포니 제40번의 경쾌한 음악과 전통적인 폴란드,
  크로아티아 음식을 준비하고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굵은 파프리카에 다진 마늘 및 다양한 향신료로 만들어진
  폴란드 요리와 우리의 만두 같은 부드러운 양념속이 들어간 빵과
  강력한 브랜드 등 풍성한 식탁이 우리를 향긋하게 맞아준다.

  기술공업 교사로 은퇴한 그와 폴란드 출신의 아내, 컴퓨터
  소프트엔지니어인 아들과 노모는 낯선 이방인들에게 최상의 배려와
  친근함을 표하기 위해 당신의 침실도 거침없이 보여주고
  베란다에 만들어진 아담한 카페, 많은 사연을 간직한 사진,
  오밀조밀 조성된 정원을 자랑하기에 바쁘다.

  그의 노모는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의 바냐루카에서 살다가 혹독한
  내전으로 친구와 이웃들을 잃은 아픔을 울먹이며 전한다.
  내전의 후유증이 모두의 가슴속에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강력한
  통증을 동반한 바이러스가 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나중에 함께한 에스페란티스토 바요는 그의 아버지의 경우에
  벌써 국적이 4번이나 바뀌는 말도 안되는 상황들을 비장하게
  말한다.  그는 또한 슬로베니아의 어느 도시는 국적이 11번이나
  변경된 사실을 말해주며 정치가 보통사람들에게는 백해무익한
  시스템임을 증언한다.

  56명이 참석한 크로아티아 전국 에스페란토 대회가 크로아티아의
  애국가 제창으로 시작되었다. 향긋하고 부드러운 빵과 커피,
  과일쥬스가 무료로 제공되는 가운데 등도 굽고, 허리도 구부러진
  은백색의 노신사 숙녀들이 곱게 단장하고 등장하신다.
  이곳 또한 우리 부부가 가장 젊은이 인 듯 한 상황이 연출되어
  덩치 큰 어르신들 틈에서 귀여운(?) 동양의 얼라들이 되어 버렸다.

  크로아티아 전국 에스페란토 대회는 오후2시에 아주 화끈하게
  끝내버린다. 이번 대회의 주요 주제는 EU의 정체성과 언어에
  대한 것이다. 어느 누구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민감한
  주제이니 만큼 설왕설래 끝에 정치적인 해결 없이는 언어문제
  또한 정답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잠정 동의한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호텔 가르비(Hotel Garvi)에서 호사스런 점심을
  마치고 이 지역 전통박물관으로 모두 향한다. 쭉쭉 빠진 싱싱한
  비보이들이 한 바탕 놀고 난 후에 로자의 양반춤 공연이 이어진다.
  길 가던 사람들이 신기한 듯 관람하고, 초롱초롱 아이들이 보내주는
  호기심이 더해지는 가운데 신록이 우거지고 파란 하늘이 내려주는
  신선한 기운을 받아 힘차게 부채를 펼친다.

  스포멘카의 배려와 건의로 한국에서 온 두 손님에 대한 극진한
  대접은 참가비 및 일체의 모든 비용을 협회 차원에서 대신
  지불해주었다. 이러한 호의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픈 로자는
  부채 한번을 펼칠 때 마다 온 정성을 다해 사방팔방의 좋은
  기운을 쓸어 담아
와서 크로아티아 에스페란토계의 찬란한 부활을
  기원하는 심정으로
춤 사위를 날린다.

  대회 후에 이어진 관광은 ANDAUTONIA라고 불리는 유적지에서
  펼쳐졌다. 전문적인 연극 연출가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이곳의 역사를
  전업 배우들과 동네 사람들이 협력하여 극화시켜서 관광객들에게
  보여주는 서비스는 정말로 참신했다.  마을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어 우리 고을의 자랑거리를 함께 즐기고 소개하는 사례로서 문화
  관광의 효과적이고 주민 주체적인 마케팅이 어떠해야 하는지
  좋은 실례를 보여주는는 것 같다.

  여러 번 감격한 사실이지만 단지 에스페란티스토라는 이유 하나로
  자신의 집 열쇠를 아무 조건 없이 건네주는 확고한 신의를
  이 세상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놀랍도록 감동적인
  신뢰와 믿음은 오직 에스페란토라는 평화의 언어만이 할 수 있는
  커다란 무기임을 새삼 느끼면서 먼 이웃나라 할아버지로만 느꼈던
  자멘호프 박사께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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