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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째라 부부의 인생2막 이야기-집 팔고 아들도 버리고 떠난 세계 배낭여행기(2)
여행 | 2010/05/10 19:38

배~째라!! 부부의 인생2막 이야기

-집 팔고 아들도 버리고 떠난 세계배낭여행기(2)-

3. 셋째 마당(2010년 4월 29일-4월 30일 태국 촌부리에서 치앙마이까지)

약 50평이 넘음직한 목조 건물 마르코 집 2층에서 빈둥빈둥 글도 쓰고 샤워도 하고 건들거리기만 하는데도 줄줄 흐르는 땀방울에 연신 집중력을 잃고 있다. 삼성에어컨이 천정에 달려 있지만 차마 마음대로 사용하기가 미안할 뿐이다. 짝퉁 달마시안 댄도 마당에 널부러지고 우리의 의지도 늘어질 때 쯤 오늘 저녁 7시50분 버스를 타고 내일 오전 11시 경에 도착하는 치앙마이로 가기로 결정을 했다. 치앙마이는 목이 유난히 긴 카렌족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여 한국인들의 방문도 많은 곳이라 한다. 이미 관광지화 되어서 사진찍히고, 물건팔기에만 여념이 없는 그런 상품들이 되지 말았으면 하고 바람을 갖는다.

1인당 530바트 일반고속버스를 타고 장장 14시간의 긴 밤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근데 견우 직녀마냥 우리부부의 자리는 서로 떨어져 있어서 애닲은 눈짓과 손짓만 보낼 뿐이다. 한국 같았으면 자리 좀 바꿔 달라 요청이라도 했을 텐데, 여기에서는 통 영어도 안통하고, 에스페란토도 먹통하고, 그냥 손짓 발짓 할 때마다 순박한 미소만 보여줄 뿐이다.

사람들만큼이나 순박한 버스에어컨이 시키는대로 일을 잘해서 참 좋은데 갈수록 걱정이 태산, 이제 좀 있으면 완전히 얼어죽을 판, 반팔, 반바지에 시원한 여름 복장만 준비 했는데, 덜덜 떨면서 움츠리고, 운전기사 도우미의 옷도 빌리고, 꼼지락 꼼지락(추위이기려는 몸짓)

치앙마이 가는 동안 약2-3시간마다 정거장에 세우는데 재미난 것은 화장실입장료 3바트를 내야 된다. 그렇지 않고서 방광의 수축력만 믿다가는 큰일. 뭔지도 모른 채 맨몸으로 가서 일 보고 나오는 나를 관광객으로 인식하고는 선선히 미소로서 그냥 가라 한다. 탱큐! 순박한 태국인들의 무료서비스는 여러 번 진행되었다. 화장실 2번, 선글라스테 무료수리 1번, 암튼 탱큐!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보니 드디어 치앙마이 도착, 와우! 툭툭(tuk tuk)란 오토바이개조 차량이 즐비하게 우리에게 달려든다. '헬로, 위 원트 고우 스웨나 와나 부티크 리조트’ 전혀 못 알아 먹음, 들고간 종이를 보여줘도 매엥~, 영어로 쏼라 해도 캄캄, 통 말이 안 통해, 겨우 머뚝한 인상의 아저씨 자기가 갈 수 있대. 쌩하고 처음 간 곳은 땡! 여기 아님, 다시 돌아 두 번째 간 곳이 바로 우리가 묵을 아담한 리조트, 50바트에 가기로 합의해 놓고서 100바트를 내니 잔돈 없다고 16바트만 내준다. 좋던 태국인 인상 이 아저씨가 다 망쳐놓을 판.

스웨나 와나 부티크 리조트는 초록의 열대 나무가 하늘을 찌르고 시원한 풀장과 사이사이 만들어놓은 오솔길이 너무도 예쁘고 아담한 곳이다. 싸고 예쁜 곳 베스트순위에 올라있는 이곳의 명성에 걸맞게 정말 다시 오고 싶을 만큼 도란도란, 옹기종기, 알콩달콩 꿈과 이야기와 사랑이 영글어 갈 곳 만 같다.
http://www.travelpod.com/travel-photo/kara12345/1/1275232259/en-la-hotelo_1.mov/tpod.html

태국에 와서 마사지를 받지 않고 가면 서울와서 찜질방 갖다오지 않은 것과 꼭 같이 태국의 맛을 즐기지 못한 것이라 한다. 맛있는 점심 식사 후 우리부부 과감히 투자하기로 했다. 거금 6000바트가 드는 풀코스 마시지를 3000바트로 50% 할인받아서, 때를 불리고 벗겨내는 스크럽부터 오일 아로마 마사지, 경락마사지의 2시간 소요하는 3단계 풀코스 완주 결정~

한국의 TV를 통해서 보는 태국의 위험한 정치상황으로 한국 관광객이 급감했기 때문인지 환대와 대접이 융숭하기만 하다. 간소한 전통의상의 태국 아주머니의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시작된 우리의 전신 호강은 태어나서 처음 받는 것이라 쑥스럽고, 어색했지만 이내 편안하게 손과 발과 등짝을 그녀들에게 내 맡겼다. 몽환적인 태국의 향과 힘차지만 조심스런 그녀들의 손놀림에 이미 우린 태국 마사지의 예찬론자로 변하고 있었다. 길거리 시장표 발마사지만 받아도 태국이 좋아지더라고 하던데 우린 머리에서 발끝까지 이어지니 탄성이 절로 나오지 않겠는가?

한 번 맛 들이면 둘이 있다 하나 죽어도 모른다는 울릉도 호밧엿 아니~태국표 경락마사지!!

약 2-3달에 걸친 집 정리와 여행 짐 준비로 이미 허리와 어깨를 혹사시킨 우리로선 앞으로의 여행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호사를 부리기로 한 것이다. 그래, 돈이란 쓰기위해 번 것이야, 이럴때 만큼은 아낌없이 써야 된다고 생각해!

오늘 치앙마이에 있는 동안에는 귀차니즘교주도, 나쁜1004도, 게으름1004도 등장하지 않았다. 오직 배낭여행의 고단함을 단박에 물리치고도 남을 의지 충만한 즐거운 50대의 로자와 그의 낙천적인 남편 카라 만이 있을 뿐이다.

4. 넷째 마당(2010년 5월1일-2일 치앙마이에서 다시 마르코의 집으로)

아침8시-5시까지의 하루 일정의 관광을 예약했다. 목이긴 카렌족을 볼 수 있는 코스로서 점심식사 포함 일인당1100바트. 간밤의 호강으로 장거리 버스피로도 모른 채 코 한번 골지 않고 꿀잠을 잤다. 우·~우우~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시리얼과 과일 샐러드 커피 팬케잌 등 간단하면서도 정갈한 아침 식사로 오늘의 관광은 시작되었다. 30분에 늦게 도착한 우리의 스타랙스 보다 조금 큰 차량은 우리 두 사람만을 위한 자가용이 되었다.

당신들은 행운아에요!!
관광신청자가 우리부부밖에 없지만 우리를 위해 기꺼이 오늘 함께하겠다는 관광가이드의 유쾌한 영어소리에 우린 깜짝 놀랐다. 럴수 럴수 이럴수가...우리둘만을 위해 운전수가 딸리고 가이드까지 동반하니 세상에나 이런 호강이 또 있을까....어제는 온 전신이 호강하더니, 오늘은 눈과 발과 생각을 즐겁게해주네... 아~정말 우린 복이 많은 사람들인가봐...

카렌족 만남과 치앙다오 동굴 등 4군데를 돌아보는 오전 8시-오후5시까지의 하루 관광이 콧노래 속에 시작되었다. 치명적인 유혹의 태국의 향기가 넘치는 방에서 죽음보다 깊은 잠을 자고 난 후의 가벼운 몸과 마음이 우릴 벌써 즐겁게 한다. 자~떠나요, 초록이 숨 쉬고 사슴같은 여인들이 사는 곳으로...태국 남부의 파타야가 신혼여행지로 손꼽히는 곳이라면 북부의 치앙마이는 카렌족이라는 목에 긴 링을 달고 사는 여인들로 인해 유명해진 곳이다.

먼저 들른 난초와 다양한 나비와 이름모를 꽃들이 있는 정원도 보는 둥 마는 둥, 그저 목이 긴 여인만 보고 싶다는 카라(남편의 에스페란토 애칭)의 요청으로 후딱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long neck Karen이란 팻말을 따라 들어가 보니 에이! 정말 실망이다. 카라가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그들 부족의 생활하는 모습은 커녕 10여개의 노점 상품 진열대를 설치해 놓고 동상처럼 앉아있는 카렌족의 여인들만 있을 뿐, 연신 자기네 상품 좀 팔아달라고, 제발 이거 와서 사가라고, 이미 그들은 장사꾼이 되어 있었다. 카렌족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관광객들을 그들의 마을 진입을 차단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물건 판매원과 사진모델로 전락한 그녀들의 현 모습에는 애잔한 아픔을 느낀다.

별 뾰족한 수도 없으면서, 동정심이 무슨 필요가 있나... 원주민, 아니 먼저 정착한 선주민들이 자본의 횡포 앞에 자신들의 정체성이자 존재감 자체를 팔아 먹고 살아야하는 현실이 비단 이곳 뿐만은 아니다. 5월 3일 이후 호주로 들어가면 거기서도 호주 원주민(일명 애보리지니)을 만나러 갈 생각이지만 그들에게서 만큼은 이런 쓸쓸한 현실을 보지 말았으면 한다. 관광객이라고는 우리 부부와 백인 1-2명 정도인데 우리도 그들도 물건 살 생각은 않고 사진만 찍어대니 원망의 눈초리가 여기저기서 느껴진다.

목이 길어 슬픈 것이 아니고 그들의 정체성이 상품으로 전락한 것이 슬프다. 실망과 안쓰러움을 안고 코끼리의 응가 냄새가 진동하는 곳으로 옮겨갔다. 숨이 막힐 듯 한 냄새와 더위에 아찔했지만 아기 코끼리의 재롱으로 어느덧 그 냄새마저 잊어버렸다. 사람들에 의해 학습되어 재롱도 일종의 교육이라지만 수돗물이 철철 나오는 호수를 코로 말아서 요구르트 빨듯이 쭉쭉 마시고 더 먹겠다고 뒹굴고 앙탈거리고, 바둥거리는 모습이 꼭 개구쟁이 사내아이처럼 우습고 귀여워서 그 냄새마저 정겹게 느껴진다.

치앙다오 동굴은 별 기대를 않고 가서 본 절경 중 으뜸이었다. 용암동굴은 아니라고 한다. 약 6-70년 전에 발견되어 관광 상품화 되었다고 한다. 더위 속에 찾아간 동굴이니 만큼 시원함 때문에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수 많은 사람들의 발길에 흙바닥이 차돌같이 윤이 나고 구석구석, 여기저기 계신 태국의 부처님들은 방문객들의 극진한 기도 속에 조용히 누워서, 앉아서, 혹은 서 계셨다. 약 30분의 동굴 유람 후에 쏟아진 소나기로 인해 그 옆의 영험한 절 구경도 사양하고 우리의 관광은 그야말로 심플하게 끝났다.

사실 우리부부는 명승고적을 보기위해 이 여행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을, 아니 온 세상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다름을 이해하고, 친구가 되고 싶어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그 곳을 대표하는 문화유적을 만나는 일이 여행에 있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명승고적과 문화유적을 만들어 낸 그 곳 사람들과의 소통이 더욱 소중한 여행이라 생각하기에 우리에게 있어 절경이라는 것이 사람보다 크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러기에 우린 곧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인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이해하려 애쓰고, 즐기면서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을 것이다. 웬만한 천하절경에는 그리 큰 감동을 안 하지만 정성이 담긴 따뜻한 작은 친절과 배려에 우리는 찌리리~ 전율하고 감동한다.

만리장성이 제 아무리 길고, 에펠탑이 제 아무리 높다 해도 인간들의 고매한 우정과 이상 보다는 못하리라!!

하루 관광 종료 예정시간보다 약 2시간 30분 정도를 일찍 끝내주는 것으로 운전기사와 가이드의 봉사료를 대신하고 우린 서둘러 치앙마이 버스터미널로 갔다. 시라차로 가는 버스표를 달라는 말에 매표원이 고개를 흔든다. 이미 예약 완료되어서 표가 없다는 것이다. 이걸 어째...발 동동, 땀은 줄줄.. 그러나 또 다시 느껴지는 행운의 기운!! 매표원 팀장으로 보이는 맑고 아름다운 눈망울 가진 30대 초반의 그녀가 어디론가 전화로 열심히 우리의 사정을 전하나 보다.

약 2-3분 후 우리에게 아무 걱정 말고 있으래, 자기가 곧 표를 구해줄 수 있대, 태국의 자연을 닮은 여인이 수줍게 우리가 가야할 시라차행 버스표 3장을 갖고 있었다. 마치 은인인양 서로서로 고마워서 두 손 모아 합장. 말은 안 통하지만 갑자기 그녀의 일정이 취소되어 표를 환불해야 되는 상황이었나 보다.

이것저것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표를 사고 보니 지난번의 530바트 보다 약 200바트가 비싼 티켓이었다. 지금 상황에선 아무표라도 구매해서 내일 아침 시라차에 도착해야만 한다. 거금 약 1500바트(2인)를 필요로 하는 이 버스는 오후6시15분 치앙마이 출발해서 다음날 5월 2일 오전 6시 경에 시라차에 도착한다. 출발까지는 약 3시간 30분 정도가 남아있어서 역전을 배회하면서 우리가 앉아서 쉴 만한 곳을 탐색했다. 에어콘이 작동하는 곳은 역전 반경 10미터 내에는 세븐일레븐 편의점 밖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섭씨35도가 일상인 이곳에서 에어콘 없이 견디기란 우리 같은 이방인들에겐 고문이나 다를 바 없다. 역시 여행은 고문수단이 맞는 말인가보다. 정말 옛날 어른들 말 하나도 그른 것이 없나봐~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니찌라는 과일 1키로그램을 35바트에 파는 상점으로 자리 잡기로 했다. 껍질을 까고 먹으면서 그 맛에 감탄하고, 너무도 싼 가격에 서로 싱글거리면서 우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30분 만에 니찌를 먹어치우고 나서 손을 씻기 위해 카라가 먼저 자리를 비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아야~ 아니, 얌전하게 앉아있던 그 식당의 태국 변견 한 마리가 잽싸게 카라의 종아리를 물었다. 자기의 영역에 함부로 들어온 것에 대한 경고인가 보다. 갑자기 식당안의 부산스럽기 시작했다. 주인여자의 몽둥이 찜질에 그 멍멍이는 어디론가 줄행랑을 치고, 이제까지 보이지 않았던 날씬하다 못해 마른 몸매의 아저씨등장하면서 서튼 영어 한마디 던진다.

노 프로블램!
! 손짓 발짓으로 이 개는 광견병 예방약을 먹었으니 정말 괜찮다고 한다. 괜찮다는데 우리가 어쩔것이여...우리도 한 마디 댓쓰 오케이!....

멍멍이 이빨 자죽 하나로 여행 다니는데 지장이야 있겠어? 빨간약을 종아리에 3-4번 발라주는 것으로 그들만의 최선의 처방은 끝이 났다. 모두다 댓쓰 오케이다.

우리가 심심할까봐서, 아니면 자칫 자만과 태만에 빠질까봐서, 우리에게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크게 마음쓰지 않아도 될 일들이, 우리 여행에 양념이 될 만한 것들이 연신 생기고 있어서 우린 그저 재미있게, 생뚱맞게 경험하면서, 오늘도 깔깔 거릴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다.

여행자들에게 기다림이란 필수과목을 잘 통과하지 못하면 중도탈락이라는 고통과 자괴감에 직면하게 된다. 기다려야 누군가를 만나고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니 인내라는 녀석을 꼭 주머니에 주렁주렁 달고 다녀야 겠다. 약3시간 30분의 기다림 끝에 우리의 버스가 당도했다.

우유빛깔로 깔끔하게 단장된 벤츠사의 이 버스는 국내외에서 내가 경험해 본 버스 중 최고였다. 버스 안에 화장실이 있다니, 세상에나... 말 다하지 않았는가? 이 버스가 내가 보기에는 비행기를 빙자한 녀석이다. 그것도 이코노미석이 아닌 비즈니스석을 흉내 냈다.

위쪽에 비치된 선반이며 뒤로 거의 120도 이상을 젖힐 수 있는 침대 같은 좌석이며, 짝퉁 버버리 문양의 세련되고 포근한 좌석하며, 거기에다 담요, 물과 간식, 각 좌석위에 달려 있는 미니 텔레비전, 휴게소에서의 무료 식사권 등 정말 상상 이상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버스였다. 우리 돈 약1만원 정도를 더 내는 것에 비해 듬뿍 받은 푸짐한 선물에 연신 싱글거리면서 배! 째라 부부는 오늘도 이런 행복을 누리게 해주는 행운의 여신에 감사를 보낸다.

안락한 휴식 끝에 드디어 다음날(5월 2일) 새벽 30분 일찍 시라차에 당도했다. 새벽을 가르는 툭툭 기사아저씨들과 복권을 갖고 다니면서 파는 사람들로 벌써부터 새벽이 분주했다. 그런데 배! 째라 부부 아니랄까봐, 마르코의 집 주소도 모르고 전화번호도 모르고 오직 이메일 주소와 휴대폰 번호 밖에는 없는데 이 휴대폰도 불통이다. 에이, 어찌 되겠지뭐~ 상점 앞에 설치되어 있는 낡은 대리석 비스므레한 벤취에 앉아서 이제야 생각을 가다듬는다. 흥, 에스페란티스토는 모두 카라가 담당하기로 했거늘, 우째 이런일이...

이런 똥 배짱이 없다 아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와서 간땡이란 놈 자체가 없는 것인지, 두려움이나 근심 걱정이라고는 털끝만치도 없는 남자랑 집 팔고 세간 다 처분하고 따라 나섰으니 이런 황당무계한 일들을 자주 경험해야만 할 것 같다. 앞으로 닥쳐 올 기기묘묘, 이상망상, 별별 일을 다 만날 것 같은 두려움과 설레임이 나를 공포와 스릴에 전율케 한다. 그래 가자, 끝까지 함께 가지 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아니겠어? 이 정도의 공포는 얼마든지 즐겨주마, 다시 평상심을 찾고 있는데 마르코랑 통화가 되었단다.

시라차에서 방푸라 시장까지 100바트에 가기로 결정하고 시커먼 매연을 뿌려대며 우린 아침을 달렸다. 야! 드디어 마르코네 집 가까이 온 거야? 근데 내리려는데 25바트 더 달라고 요구하는 아저씨, 전화 두 통에 대한 요금을 달라고 한다. 안돼요, 우리 돈 없어요, 깎아주세요...옥신각신, 아웅다웅, 시장아저씨들 구경거리 생겼다고 웅성웅성, 노점 아주머니들 이것 맛있으니 먹고 나서 흥정하라고 손짓, 발짓, 야호~ 배! 째라 아저씨 카라의 판정승!

오늘 오후에, 마르코의 집에 손님들이 오신다고 2층 발코니도 쓸고 1층에는 소박한 수채화도 걸렸다. 태국의 몽환적인 향기가 배어있는 몸을 씻기가 싫었지만 손님들이 오신다니 씻어야겠지? 새끼 도마뱀이 장식물처럼 화장실 벽에 붙어 있다가 문 여는 소리에 꽁지가 빠져라 도망간다.

아침에는 이름 모를 새들의 음악소리에 잠을 깨고 저녁 식탁 위 천장에는 귀여운 새끼 도마뱀들이 악세사리 처럼 달려있다. 가끔 ‘뚜케뚜케' 하면서 노래 부르는 청년 도마뱀을 만나는 날은 축복의 날이란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뚜케뚜케' 행운을 부르는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밤에 아무도 몰래 나타나서 어쩌다 한번 울어주는 이 소리를 듣는 것은 대박이란다. 코란당콘! 리저드(고마워요, 도마뱀군)

제일 먼저 당도한 손님은 태국의 아리따운 낭자 닝과 미국인 마샤이다. 60대 초반의 건강미가 넘치는 마샤는 또한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로 태국에 온 지는 4년이 되었다고 한다. 영어와 에스페란토가 공존하는 마르코의 정원 식탁에서 우리는 이야기꽃을 피워나갔다. 집 팔고 아들도 팽개치고 세계 배낭여행 중이라는 말에 연방 원더풀을 외쳐주는 그녀가 정말 좋았다.

그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 에스페란토 선각자 중의 한 분이신 해평 선생님이 번역해 놓은 에스페란토 아리랑을 두 사람만을 위해 힘껏 불러 제꼈다. 베리 뷰티플이란다...내가 뷰티풀이 아니고 아리랑이, 그 음률이, 그 느낌이 베리베리 뷰티플이란다.

5월 3일 00:15분 멜버른행 비행기를 타기 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어서 한 낮의 오수도 즐기고, 수다도 떨고, 여행기도 쓰면서 보내고 있었다. 2층에서 모임을 갖고 있던 니다가 내려오더니 ‘한국과는 시간에 대한 차이 때문에 비행기 시간표에 대한 오해가 종종 있다’면서 티켓을 보여 달란다. 우리가 내일 5월 3일 저녁을 6시경에 먹고 공항으로 출발하겠다고 말 한 상태라서 니다의 놀라움은 더 컸다. 이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바로 오늘 5월 2일 저녁에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2일 밤 10시전에는 도착해서 탑승 수속을 밟아야 된다고 한다. 아니, 내일 3일날 떠나는 것 아니었어? 우리 부부 서로 눈이 동그래져서 00:15분은 이미 다음날이 된다는 것을 까맣게 무시하고 아무 생각 없이 우린 또 한번 무개념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지금 시각이 오후 5시이니깐 그리 염려말라고, 우릴 안심시키면서 니다는 공항가는 차량 티켓을 구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거야 원, 도데체 뭘 믿고 이렇게 천하태평인지, 언제나 카라의 변은 오늘 못가면 다음에 가면 되고 다음에 못가면 또 담에 가면 된단다, ‘투테네 조르구’(절대 걱정마)란다.

부랴 부랴 여기 저기 널브러진 짐 정리하는 동안 니다와 방문객들은 1층 정원에서 파티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의 안전여행을 기원위해, 바하교의 번창을 위하여, 가난하고 소박한 이웃들과 태국어로 영어로 에스페란토로 파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마르코와 니다는 일주일에 한번 이 지역의 주민들과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바하교를 전파하고 있는 선교사같은 개척정신으로 이웃에게 줄 수 있는 것들을 나누어주고 공유하면서 모범적인 생활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아리랑을 한국어와 에스페란토로 불러서 이들과의 만남을 기념하고, 답가로 이들은 우리의 강강술래 같은 그들의 전통 놀이와 노래를 불러주면서 우리의 만남과 이별에 대한 종지부를 아름답게 장식해주었다.

    여행을 떠나면서 항상 나는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린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진실하고 선한 사람
    들과 만나고, 친구하고, 그들과 함께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원한다.

    마르코와 니다를 만나고 보니 나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음을 알았다. 이들의 정성스런 배려 결코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1주일은 여행자에겐 길고도 짧은 시간이다.

   방콕이라는 도시에서의 시간이 아닌 시라차, 방푸라, 치앙마이 등 비교적 도심 외곽지역에서의
   시간은 나의 마음도 순화되는 시간이었다. 아직은 수줍은 미소와 선한 눈빛을 간직한 사람들이
  좋았고, 아직은 때가 덜 묻은 순박함이 좋았다.

    역시 미소와 눈빛은 영어와 에스페란토와 이 세상의 어떤 언어도 뛰어넘는 최고의
  소통수단이었다

.


트랙백 |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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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란영 2010/05/11 20:21 L R X
안녕!!!
나 란영이야.
오늘로 네 여행기 이틀째 보구있어.
눈으로 보는듯 선 하다.
재미있구 여유가 느껴지는것 같아.
그리구 행운의 기운도 넘치는것 같구.
앞으로도 계속 즐겁고 신나게 여행하며 좋은글 쓰기 바래.
네 낭군님께도 안부 전해주고.
나도 네가 즐겁고 무사한 여행이 되도록 우리 주님께 기도드려 줄께.
나 좋은빽 있잖아.^0^
화이팅!!!
항상 건강조심하구
사랑해

고경자 2010/05/18 21:39 L X
란영아!!

정말 보고싶고, 네 목소리도 그립고...
우리만 너무 많은 걸 누리고 있다는 생각에 미안하기도 하고..
가능하면 봉사도 많이하고
우리가 필요한 곳 열심히 달려갈꺼야..
물론 너의 기도가 큰 힘이 되리라 믿어
고맙고 사랑해..
항상 건강조심....
김동환 2010/05/29 04:04 L R X
안녕하세요. 안, 고선생님 정말 떠나셨네요.

갑자기 잠이 안와 눈을 뜨고 컴을 켜고 이메일을 확인하니 오랜만에 쓴 편지에 몇 장의 답장이 있네요. 희망천사도 눈에 들어와서 확인해 보니 반가운 소식이..

와우 진짜루 가셨구나~ ㅎㅎㅎ
여행기 아주 조금 쪼금 보았지여.
지금 잠이 안와 혼자서 쏘주 마시며 보고 있어요.
좋은 여행되시고요. 자주 들릴께요. 아 따라가고 시퍼~
증말 멋진 여행되시와요. 두 선생님 제 맘속에 있어요. 화이링~ 딸꾹!
아 인제 누우면 잠이 올까나요.

밥 잘 드시고 잘 주무시고 여행기 느낀 점 다 쓰면 재미없으니 오늘은 인사말만
쓸께요. 행님, 누님 좋은 여행되시길.. 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렇게 외칩니다.
술 멱으면 발을이 잘될라라~ 화이링이 아니라

얼씨구, 지화자, 잘~ 한다. 사랑합니다.

한국 2010년 5월 29일 토요일 새벽 4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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