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za. Kei (로자 K) 블로그 위치로그  |  태그  |  방명록
스물다섯번째마당-몬테네그로 바르 편
여행 | 2010/11/05 20:35

스물 다섯 번째 마당-옛 유고 연방 국가들

(몬테네그로의 코토르와 바르 편 9/22-23)

축축이(카라)와 철철이(로자)는 한 이불 속에서 살았드래요.

둘이는 서로 서로 놀리느라 정신이 없었드래요.

축축이는 한 여름만 되면 마치 손바닥만 긴장하는 지

수줍은 듯 혼자 축축 흥건 했드래요.

축축 거리는 손발로 어쩌다 한번 부딪히기만 하면

서로 기겁을 했드래요.

반면에 철철이는 한 달에 한번 지독한 마법에 걸린대요.

남들 그 연세라면 한 두 방울 피가 아쉬운데

마치 폭포수 처럼 철철 거리는 피바다에 온 이불을 적신대요.

여기저기 핏빛 흔적으로 축축이가 못살겠다고

하소연하기 시작했드래요.

굴하지 않은 철철이의 핏빛 행진은 드디어 화이트라는 작고 우아한

달거리 받침대를 거부하고 엉덩이까지 감싸는 서양의

오줌싸개 아이 7-14세 일회용 빤쓰를 구입하기로 했드래요.

그 이후 아무런 걱정 없이 밤 잠을 자는 철철이를 보며

참고 지냈던 축축이가 강력 항의하기 시작했드래요.

피비린내는 이제 그만! 상큼하게 살고 싶다!!

철철이의 모든 원흉은 쑥뜸에 있으니 이제 좀 그만 살갗 태우라고...

무슨 매저키스트도 아니고...왜 그렇게 잔인하게 자신의 피부를 요리하냐고..
.정히 그렇게 원하면 담뱃불로 크게

지저 준대나 어쩐대나....이 놈의 영감탱이를...확!

단 하루도 아웅다웅 거리지 않는 날이 없는 배! 째라 부부는

개 닭 보듯 무심하게 지내기보다는 멍멍 꼬끼오 거려야

기운이 발동함을 잘 안다.

옛 유고 연방 국가의 마지막 방문 주자 몬테네그로로 향하는

고속버스에서 수거해 간 여권이 돌아 올 줄을 모른다.

어련히 기다리면 가출한 여권이 돌아오겠지만

궁시렁 거리는 로자의 걱정에 카라가 도끼눈을 날린다.

내가 뭘? 하는 쌍 씸지눈으로 되받아 치는 로자의 눈빛에

피곤한 흔적이 가득하다.

드브로브닉에서 만난 한국관광객의 단 한마디에 이끌려

온 이곳 발칸반도의 숨은 보석 코토르(KOTOR)는 1979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유서 깊은 곳이다.

깎아지른 절벽위로 구불구불 성벽이 둘러쳐진 이곳은

산이 3개가 겹쳐지고 그 안 깊숙한 곳에 아드리아해가

커다란 호수처럼 성벽 밑을 감싸고 있다. 드브로브닉이 거대한

수평선과 지평선이 맞닿는 전망 좋은 성벽이라면

코토르는 방어에 더 철저함을 기한 절박함을 느끼게 한다.

적의 공세에 밀리면 더욱 산꼭대기로 올라가야했던, 굳이 지난날의

역사를 배우지 않아도 알 것 같아 코토르를 더욱 애잔하게 만든다.

성 요한요새(St. John Fortress)와 성 니콜라스교회가 조각처럼

솟아있고 하늘 향해 나아가는 성벽의 계단은 도봉산행도 마다하는

로자와 카라의 약골 종아리 근육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보기만 해도 고도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 곳을 왕복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는
매표원의 유혹에 이끌려 2유로의 입장료를 내고 성벽을

타기로 하였다. 햇빛은 쨍쨍, 발 밑의 돌들은 반짝반짝, 도데체

언제쯤이면 성벽 정상에 도착할지 알 수가 없다.

계속 구불구불 이어지는 절벽 같은 계단을 보며

여기서 멈출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

물 한 병에 기대어 배! 째라 부부 헐떡이며 잘도 간다.

헥헥 거리며 가느라 돌 틈에서 잠시 빠져 나온 꽃뱀을

못 보고 가다가 뱀도 허둥지둥, 로자도 놀래서 꺄악~

때 맞추어서 기다리고 있는 물장수 아저씨 싱글거리며 우릴 반긴다.

지들이 물 안 먹고 배기겠어? 하는 얼굴로... 절대 할인은 안된대...

성벽 밑에서 0.8유로하는 작은 물병하나가 2유로란다.

오늘 장사는 공 쳤는지

아직도 아이스박스에 반 이상이 남아있다.

이미 다리는 축구선수 능가할 것 같고 허리도 씨름선수를 버금가는

굵기로 배낭도 짐 가방도 거뜬히 들어 올리는 카라는 더욱

말라가는 얼굴 살만이 여행의 고단함을 말해준다.

오늘 왕과 왕비처럼 성안에서 자기로 결정했다.

길가에서 만난 삐끼 아저씨는 절대 누구에게 말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며 마치 큰 선심이나 쓰듯이

하룻밤 둘이서 8인실 침대가 있는 방을 25유로에 내준다.

모처럼 성에서 우아하게 잠을 청해보려 하는데 옆에서 쿵쾅 거리며

발광하는 댄스장의 음악소리에 몸은 파 김치인데 정신은 덜 절여진 배추다.

매 시간마다 친절하게 울려주는 성당의 종소리 또한 단잠을 방해하는
얄미운 그대로서 성 안에서 자려면 대단한 인내와 엉덩이 붙이자마자

팍 쓰러져 죽을 만큼 치명적인 피곤함이 꼭 필요하다.

다만 무료 인터넷 WIFI 접속이 가능함에 위안을 삼아야 한다.

드브로브닉에 비해서 물가가 싼 코토르의 세켄핸드 매장에서

청바지랑 남방 하나를 9유로에 샀다. 3개월 동안 주구 장창

한 옷만 입다보니 빨아 입기도 쉽지가 않고 바지를 세탁하면

때에 찌든 윗도리가 자기도 씻겨 달라 보채고 상의 하나를

물에 담그면 거의 속옷 대용으로 나머지를 입어야 한다.

허나 게으르고 철딱서니 없는 로자에게는 부족함이

때로는 좋기도 하다.

코토르에서 항구 도시 바르(Bar)를 거의 1시간 30분 만에 도착했다.

두 사람 버스비용 12유로에다 짐 값 2개 2유로를 지불하고 나니

수중에 약 2-30유로만 남아있다. 밤새워 배를 타고 이탈리아

항구 도시 바리(Bari)로 가야 하기 때문에 없는 살림이지만

모처럼 중국식당 FIT에서 포식을 하기로 하였다.

소고기 탕수육에 야채 돼지고기 볶음, 거기다 모처럼 구경하는

황홀하게 빛나는 하얀 밥, 여행 중 동유럽 곳곳에서 만난 중국 음식점은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음식 종류로 현지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 좌석 앞뒤로 가득 모여 앉은 남녀노소

바르 시민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중국 음식이

몬테네그로 토착화에 확실하게 성공한 것 같다.

무척이나 부러우면서도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거대한 중국 인구들이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면서

그 지역의 상권을 서서히 장악해 가고

세계인의 입 맛 뿐만 아니라 메이드 인 차이나 상품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지 못하도록 전 지구인의 안방까지도 침투한 사실은

소름끼치도록 놀랍고도 무서운 일이다.

우리 모두가 그들의 손아귀에 이미 들어가 있음을 용인도, 부인하기도

쉽지 않은 현 상황은 세계의 중심 중화민족이라는 넘치는 자긍심에

불을 붙일까 겁난다. 낯선 타국이지만 기차에서든 버스에서든 눈치 안보고
시끄럽게 떠드는 중국인들을 어디에서든 쉽게 볼 수 있어

이런 생각을 더하게 한다.

몬테네그로 바르 항에서 이탈리아 바리 항까지 장장 10시간 정도가 걸리는
바다 여행을 위해 푸짐한 식사로 노곤해진 몸을 안고 일몰이 아름다운

바르 항 해변에서 옛 유고 연방 국가의 마지막 방문 추억을

사진에 담고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태그 : , , , , , , , , , , , , , , , , , ,
트랙백 | 댓글
이 글의 관련글(트랙백) 주소 :: http://www.esperamondo.com/es/trackback/116

아이디 :
비밀번호 :
홈페이지 :
  비밀글로 등록
내용 :
 



[PREV] [1] ..[32][33][34][35][36][37][38][39][40].. [120] [NEXT]
관리자  |   글쓰기
BLOG main image
- 작지만 소소하게 느끼며 채워가는 문화 게릴라로서 글 작업을 해 나 가려 합니다
전체 (120)
문화관련글발 (21)
대중문화 (2)
책 리뷰 (3)
문화관련 글들(ktp) (15)
문화관련 정보 (10)
여행 (56)
Esperanto 관련 (13)
해변 밀로의 비너스 다국적거대기업 마니잘레스 사기극 엘에스코리알 행복한눈물 소모사정권 바리항 오헨리 파피루스 돈베니또 코토르 족삼리 가죽시장 스페인 로마네스 앵그르 공선옥 레찌페 불가결성 무농약 카드 버티히긴스 밀림 스피리트 오브 타즈매니아 로드리게스 선호도 고스기 가즈오 삼바
에스페란토 강습회 소식
잡초를 파는 사람들
멕시코 치아파스 지역 (1)
과테말라 아티틀란 호수
숨겨진 마야문명 코판 유적지-..
감사합니다
2011 - directory submission
안녕하세요 희망세상에 김민경..
2011 - tnr8386(김민경)
고선생님 멋진여행에 좋은 ..
2011 - tnr8386
장기 투자에 유용한 상품 중 ..
2011 - sdf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11 -
문화운동의 살핌과 고찰 그리..
희망세상
2006년 11월 22일 - 핫 이슈 :..
skinblog의 블로그
Total : 131465
Today : 34
Yesterday : 72
태터툴즈 배너
rss
 
 
 
위치로그 : 태그 : 방명록 : 관리자
희망세상’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com / Designed by plyfl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