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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번째 마당- 정열의 나라 스페인(알카라씨베르트 편 10/9-10/12)
여행 | 2010/11/26 00:24

스물아홉번째 마당- 정열의 나라 스페인

(알카라씨베르트 편 10/9-10/12)

선진 문명국가에서 수도요금과 전기세를 내지 않고

살아 갈 수 있는 곳이 있다하면

비싼 밥 먹고 웬 흰 소리냐고 할 것이다.

정글이나 숲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면

정말 불가능한 일임에 분명하다.

이런 불가능을 가능케 만든 곳으로 향하는

배! 째라 부부 표정에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한다.

편리함에 젖어 살던 몸이 쉽사리 적응할 까도

걱정이지만 어둠이라는 공포에 어떻게 견딜지

로자의 근심이 시간이 갈수록 더해간다.

원시 소년 같은 카라만이 고향 가는 열차에 올라탄 듯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싱글 벙글거린다^^.

소박한 건물의 Alcala de Xirvert역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친한 친구 만난 듯

냉큼 달려들어 로자의 뺨에 진한 키스 세례를 날려주는

마르코스는 우리를 초대한 에스페란티스토 모니카의 남동생이다.

서양의 문화에서 가장 먼저 당황하게 만들었던

이 키스에 대해 또 다시 로자가 실눈을 뜨고

안보는 척 하면서 열심히 관찰하였다.

먼저, 입술을 포개며 지그시 눈을 감고, 고개를 좌우 15도 정도

젖히면서 맛있어 죽겠다는 듯 혀로써 상호 교감하는

프렌치 키스는 오직 연인과 부부 사이만 허용하는

달콤 심각한 인사법이고,

안면 정도는 이미 텄지만 아직도 어색한 사람 사이끼리는

서로 어깨를 부여잡고 입술로 가볍게 뺨에

비벼주며 키스를 한다.

친한 사람들과는 덥썩 부여안고 찐하게

뺨과 입술에 갖다 댄다. 이때 주의할 것은

입을 벌려서는 절대 안 된다는

어느 고수의 말씀이 있었다.

잘못하면 불륜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어서...

오직 뺨과 뺨이 만나는 인사법은

우리가 그냥 악수 하듯 의무감에 젖어서 하는

별 뜻 없는 키스같이 보였다.

처음 만나거나 잘 모르는 낯선 이들과의 만남에서는

어깨는 부여잡되, 입으로 쪽쪽 소리만 내주며

어느 정도 가식이 느껴지는 키스를 한다.

이때 각자의 표정을 보면 서로 딴 곳을 쳐다보며

무성의하게 쪽쪽!! 소리만 내주며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땀 흘려 열심히 공연하고 난 후 로자에게

건네주는 하얀 할머니들의 키스 세례에서는

애정이 듬뿍 담긴 진심이 느껴지며 새로운 기운을

샘솟게 하는 그 무엇이 전해졌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이들의 키스 문화는

아무렇지 않게 보는 것에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배! 째라 부부에게 종종 거부 반응을 주는 경우도 많았지만,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보듯 눈이 행복한 그림도 많았다.

세계 각 국 여행사의 상품목록 중

‘키스하기 정말 좋은 명소’를 앞 다투어

개설하는 것을 보면 서양인들에게 있어 키스는

정말 중요한 에너지 교감 프로젝트인 것이 분명하다.

스페인의 해변 휴양지 코마루자에서 기차로 2시간 30분 만에

도착한 알카라 데 씨베르트는 빗방울의 씨가 말라 버린 듯

팍팍하고 건조한 토양이 농사를 짓기에는 적당한 곳이 아닌 듯하다.

생전 본 적도 없는 멍멍이 비토의 열광적인 환대로 들어선

모니카의 농장(http://fincasantmiquel.es)은 온통

초록이 숨 쉬는 초원 같았다.

비도 눈도 습기라고는 찾기 어려운

이 건조한 황무지를 옥토로 만들기 위해

이들이 얼마나 많은 수고를 했는지 짐작이 간다.

지난 9월 달 내내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다는 모니카의 남편

하이메의 설명이 이를 뒷받침 해준다.

인형같이 예쁜 딸 이레나와 아들 테오, 주말마다 마드리드에서

방문하는 남동생 마르코스 등 다섯 식구가 문명을 거부하며

자연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며 살아가는 이곳은

원예와 농업을 전공한 이들 부부와 두 자녀, 남동생의

만장일치 선택으로 만들어진 곳이라고

자랑스럽게 설명한다.

태양열을 이용한 보온과 조리기, 온수사용, 충전기를 이용한

최소한의 전력 사용(저녁밥 먹을 때만 오직 전구 사용)

대, 소변을 분리하여 거름을 생산해 내는 생태화장실,

나무로 만든 집과 휴게실, 전통적인 돌 가마를 이용한

빵 굼터, 부족한 물을 절약하고 이미 사용한 물을

제2, 제3활용하면서 상호 윈윈하는 법 등...

전혀 새로운 기술이 아님에도 우리 모두가 쉽사리

해 볼 엄두가 나지 않는 방법들을 온 가족들이

친환경적인 생활을 행복하게 실천하고 있었다.

호주 요하노의 집에서 이미 경험한 채식과 자연친화적인 생활을

이곳에서는 화석에너지를 이용한 전기 사용을

최대한 거부함으로써 또 다른 청정한 원시 생활로

되돌아가는 체험을 하게 해주었다.

가엾은 생명들을 죽여야 얻을 수 있는 육류와 유제품 대신,

밭에서 나는 보약같은 채소, 과일로 식사를 해결하는

이들의 근심은 성장기 두 자녀의 영양 불균형을 걱정하지만

살생보다는 상생을 택했다며 순박한 웃음을 띠운다.

이곳의 또 다른 식구 노새(조랑말) 페드로는 잊을 만하면

한번 씩 발로 양철 문을 뻥뻥 차며 떼를 쓴다.

‘제발, 먹이 규칙적으로 주지 말고 아무 때나 달라고요!!’

통성을 이용한 고음과 저음을 능숙하게 구사하며

딱 3-4초간 리드미컬하게 쩌렁쩌렁 불평한다.

오늘의 휴가병 멍멍이 레메는 떡 벌어진

갈색 엉덩이를 흔들며 로자에게 애교를 부린다.

4마리 견공들이 돌아가면서 3일에 한 번씩

달콤한 휴식을 얻기 위해 기꺼이 사흘 밤낮을 목에 줄 매고

기쁘게 기다린다. 3천여 평의 농장을

맘껏 휘젓고 다닐 수 있는 특권과 함께...

혼자 외로이 다니는 것이 애처로워

둘 씩 짝을 이루어 휴가를 줬더니

두 마리가 서로 작당을 해서 외박을 하고 돌아오는 통에,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오직 하루 한 마리만 자유를 준단다.

파라다이스 같은 이곳에서도 FTA(자유무역협정)라는

괴물이 들이닥쳐 값싼 과일 홍수로 유기농 농가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었다. 도시에서의 찌든 삶을 정리하고

귀농하는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대신 좌절과 절망을

안겨 주고 있다고 토로하는 하이메를 보면서 이것이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행운의 두 한국인이 큰 선물을 몰고 왔다고

모니카, 하이메 부부가 싱글벙글이다.

근 40일 만에 씨가 말라버린 줄 알았던

황금같은 비가 천둥 번개와 함께 밤새 몰아쳤다.

하늘이 내려주는 천둥 번개의 천연 전력이

비옥한 땅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질소를 선사한다고 한다.

마드리드에서의 혼잡한 도시생활을 청산한지 어느덧 6년,

모니카, 하이메 부부와 마르코스의 실험적인

원시 자연 친화적 생활은 이제 도전을 뛰어넘어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에 있다.

그들 모두의 단 한가지의 여망

‘자급자족’이라는 소박하고도 원대한 이상 실현을 위한

흙빛 노력은 작렬하는 태양아래서

오늘도 멈출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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