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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8   스물일곱번째 마당- 정열의 나라 스페인(바르셀로나, 사바델 편) (2)


스물일곱번째 마당- 정열의 나라 스페인(바르셀로나, 사바델 편)
여행 | 2010/11/18 22:32

스물일곱번째 마당- 정열의 나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바델 편 9/26-10/2)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라는 표어가

대한민국을 달구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탈리아 찌비타베키아(CIVITAVECCHIA) 항구에서

크루즈로마(CRUISE ROMA)를 밤 세워 타고

출렁출렁 약 20시간 만에 도착한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그야말로 이 문구를 가장 적합하게 인용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바로 요렇게...

‘잘 키운 가우디(Antoni Gaudi, 건축가, 1852-1926) 하나

열 파리, 뉴욕, 런던... 안 부럽다.’라고...

거리마다 벌떼처럼 쏟아져 나오는 관광객들이

바로 가우디의 작품을 보기 위해 이곳 까지

왕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미 오래 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스페인의 이단아 내지는 시한폭탄인 카탈루냐 지방은

그의 고향이며 가우디의 건축물에 영감을 불어놓은 곳이다.

주물제작자인 선대의 재능을 물려 받은 가우디

건축의 핵심은 신과 자연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사람들이 직선의 효용성에 빠져 있을 때 가우디는

구름과 미역과 옥수수 등 우리 주변 생활 환경지에서

만나는, 별것 아닌 미물이라 여기는 것에서

곡선의 자연스런 미를 발견 한다.

1895년 바르셀로나 신도시 계획 당시 세워진

고가의 연립 주택 카사밀라(Casa Mila)는

난무하는 혹평 속에 분양에 실패하여

빚 덩이에 앉는 수모를 겪었다.

흘러가는 구름과 파도의 보살핌으로 영글어진

미역의 천부적인 곡선미를 차용한 이 카사밀라는

바르셀로나의 랜드마크로서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대박 노다지가 되어 대대손손 부와 명성을

가져다주는 약수터가 되었다.

옥수수에서 영감을 얻어 1926년에 건축을 시작한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 성당)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세계적인

명물로서 전 세계인의 후원과 관심 속에

오늘도 조금씩 하늘 향해 나아가고 있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다가 열차에 치어 운명을 달리한

비운의 가우디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지하에 묻혀

온 몸을 떠받치며 이 성당의 완성을

사후 세계에서조차 발원하고 있는 것 같다.

이태리에서 스페인까지 크루즈를 이용하는 외국 관광객들은

저가 항공요금 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승선한다고 한다.

우리의 방 같은 캐빈 이용료가 270유로로

만만치 않은 가격에 비해, 거의 30도 정도를 젖힐 수 있는

좌석 이용료는 한 사람이 65유로로 저렴한 편이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면 비교적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지중해를 벗 삼아 바르셀로나로 입항할 수 있다.

승객들 대부분이 자동차와 함께 승선해서 그런지

다행히도 100여개의 좌석이 거의 텅 비어있다.

한 사람이 좌석 3-4개 걸쳐서 침대처럼 이용하면

큰 불편 없이 20시간 정도야 꿀잠 자며 갈 수 있다.

여행의 고수들이 들어오자마자 여기 저기 좌석을 포진하고

안락한 20시간을 위해 자신의 보금자리를 꾸민다.

형상 자체가 이미 여행 고수 포스인 프랑스 청년은

잠자리 준비가 끝나자, 자기 머리통 만한 빵 한 덩어리,

쥬스 1리터를 잽싸게 먹어 치우더니, 겨드랑이 들썩이며

몸 단장을 시작한다. 자기 딴에는 열심히 닦느라고 하는데

움직거릴 때 마다 시금털털한 냄새가 정말 죽여준다.

얌전히 빨아다 널은 양말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통 모를 지경이다.

달인답게 일찍 먹고, 씻고, 눕자마자

코를 드르렁 거리는데, 파리 한 마리 왕래조차 힘든

가느다란 그 입술 사이로 삐져나오는

시큼한 치즈 냄새에 저녁도 챙겨 먹지 못한

배! 째라 부부의 입맛을 잃게 한다.

로자가 서양의 노린내라는 놈을 심혈을 기울여(?) 추적해 보니

바로 다종다양한 치즈 냄새와 올리브였다.

시금털털 한 것부터 짭짤, 달콤하고, 무미건조 한 것 등

우리나라 각 지방마다 각기 다른 김치 양념이 존재 하듯

서양인들에게 있어서 치즈는 굉장히 중요한 양념이면서

기본적인 발효 음식이었다.

또한 올리브는 우리가 오이 짠지 챙겨 먹듯이,

거의 매일 이들 식탁을 오르내리는 단골손님이었다.

이 올리브란 놈의 냄새가 처음에는 누가 몰래

골목길에 쉬야를 지려 놓은 바로

그 역겨우면서도 속이 뒤집히는 냄새였다.

처음 호주 방문 했을 때 비위가 울렁거리는 이 냄새 땜에

입도 되지 못했던 그 올리브란 놈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에서

이젠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으로 바뀌었으니...

벌써 여행 7개월째 너무도 많은 것들이

안팎에서 바뀌고 변하고 있었다.

밥 대신 먹는 빵으로 얼굴은 나날이 빵순이가 되어가고,

빵빵 터지는 방귀냄새에서 조차 시금털털 치즈 냄새가 나니,

이미 껍데기는 서양인으로 한 몫하고 있는 것이다.

아! 겉 다르고 속 다르게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여...

타일 모자이크 장식 도마뱀(도룡뇽)과 인체 공학적인 벤취가

상징인 가우디 건축의 또 다른 역작 구엘공원은

전통의 재창조의 극치를 보여준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는 말처럼

가우디의 상징인 타일 모자이크 장식 기법은

마드리드 PRADO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17세기 필립 2세의 Table top에서 엿 볼 수 있었다.

이미 고대 로마 장식에서도 사용했다는

자개 모자이크 장식 기법이 가우디의 천재적인

손끝에서 재창조되어, 스페인의 독점적인 문양으로,

21세기 세련미의 상징으로, 근현대 조각의 신기원을 이룩해냈다.

무명 예술가들의 아이디어가 꽃피는 람블라(Rambla) 거리에서

샹그리아 한 잔(거의 1000ml 량)에 헤롱거리는 배! 째라 부부는

그 누가 샹그리아를 술이 아니고 음료수라고 소개 했는지를 원망하며

천근만근 다리를 질질 끌고 사바델로 향한다.

바르셀로나에서 북쪽으로 40km 떨어진 사바델(Sabadell)에서

에스페란티스토 산티(Sant), 올가(Olga)부부가

우리를 기꺼이 맞아준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받았다.

전기공사에서 근 30여년 장기근속하고 있는 산티는

이름과는 다르게 싼티가 전혀 나지 않는

부티 나는 외모를 가진 늦깎이 새 신랑이다.

러시아 출신의 어린 신부 올가랑 알콩달콩 신혼을

즐기고 있는 산티는 요리가 취미라며, 짬만 나면 세계 각국의

진미 도전에 시간을 보낸다. 나날이 늘어가는

허리 사이즈 걱정도 심각하게 하면서...

우릴 위해 만든 쌀국수와 닭 무침 요리는

절로 군침이 돌게 만드는 향긋한 냄새 때문에

더 잊을 수 없는 황홀한 성찬이었다.

속된 말로 가우디가 바르셀로나를 먹여 살린다면

이곳 사바델은 카탈루냐의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진 사람들이

스페인 도움 없이 서 보겠다며 밤낮으로 일하며

잘 먹고 살고 있는 곳 같았다.

내 집처럼 편안히 지내라며 건네주는 산티의 집 열쇠를

감사히 받으며 그들의 삶을 강인하게 지탱해나가는

카탈루냐의 정체성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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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2010/11/22 16:02 L R X
화이팅하세요!!!
빛이나는사람 2010/11/24 20:24 L R X
선생님~ 두분사진 많이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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