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문화정책의 영역
가. 전통적 영역
우리사회는 지난 수십년 동안 민주화와 이에 수반된 표현의 자유 등 정치환경의 변화와 급속한 경제발전, 교육수준의 향상, 정부의 복지기능 확대 그리고 대중정보 매체의 비약적 발전 등으로 국민의 문화적 수요가 질적, 양적으로 크게 증대하였다.
더욱이 1990년대 지방자치제 실시이후 각급 지자체가 주민의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해 문화예술 활동의 지원과 문화시설의 설치, 각종 축제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활발히 전개해 오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지경이 넓혀진 문화예술의 수요를 적극 수용하여 1995년 「문화예술 진흥법」 전문을 개정하여 전통문화 예술의 계승과 새로운 문화 창조를 통해 민족문화의 창달을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정책은 전통문화에 대한 민족적 긍지가 강한 우리나라의 경우 적극적인 형태를 띠고 있어 영미사회의 소극적 문화 정책과 대비되며, 문화정책을 수행하는 조직의 형태면에서 정부 관료조직을 가진 프랑스의 그것과 유사하다 하겠다. 각종의 국·공립 예술단, 한국방송공사, 국공립 박물관, 예술관 등이 국가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또한, 제3섹터의 준정부 기관을 통해서 문화 정책을 구현하기도 하는 바, 문예진흥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 문화예산 중 중앙정부가 사용하는 몫이 지방 정부의 지출보다 비중이 크다.
나. 영역의 확대
우리나라는 내외의 환경변화를 감안하여 유네스코의 문화지표를 모델로 하여 문화 정책의 영역에 문화유산, 문학, 조형예술, 디자인,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 사회 문화적 활동, 대중매체, 스포츠·관광·공원 등 여가활동, 국제문화 교류 등을 포함 시키고 있다.
2. 문화산업
최근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정보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에 진입하였다.
따라서 많은 나라들이 정보나 지식을 주요 생산요소로 하는 소위 지식기반 경제(knowledge-based economy) 시대로의 이행에 맞춰 지식산업의 특성을 가진 문화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여 새로운 시장과 고용을 창출하고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문화 산업이 고부가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경제에 기여 하는 바가 크고, 국민들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
문화상품은 이를 생산하는 나라의 가치관, 사고방식, 생활양식 등 문화적 요소가 상품화된 것이기 때문에 한나라의 문화의 정체성(cultural identity)의 형성에 매우 중요한 바탕이 된다. 특히 최근 멀티미디어 및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지구촌화 되어 교역의 장벽이 거의 없어지고 결국 문화도 국가 간에 장벽이 없이 교환되어 가는 추세에 있다.
이와 같은 문화산업진흥을 위해 우리정부는 1999.2「문화산업진흥 기본법」을 제정하여 문화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고 있다. 동법에서 문화산업지원·육성의 이유로서 경쟁력 강화와 함께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을 천명하였다.
아울러 국가 및 지방자치 단체가 각종 시책을 수립, 시행할 책임과 함께, 필요한 재원을 확충하기 위해 문화산업진흥기금을 설치하고 세제지원을 규정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보 유통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고, 이데올로기나 경제정책 등 측면에서 적절한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그것을 실현시킬 수단을 마련할 수 있는 개방된 입장에 처하여 있음은 매우 다행한 일이다.
3. 문화산업 특성의 열거
창구효과 : 문화산업은 일반적으로 산업연관효과(전후방효과)가 다른 산업에 비해 크고, 초기에 제작비용이 많이 들지만, 재생산의 경우 한계 비용이 아주 낮아 거의 0에 가까운 현상을 보인다. 따라서 자연독점(natural monopoly)화 되고 나아가 승자독식 (winner-take-all)현상이 나타난다.
망외부성 : 어떤 상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상품의 가치가 증대될 때 망외부성(network extranalities) 이 존재한다. 어떤 특정의 컴퓨터 소프트웨어나 게임이 보다 많은 사람이 사용할수록 그 가치가 커지게 마련이다. 책, 음악, 영화, 텔레비전 연속극이 인기가 많거나 좋은 평을 얻고 있다면 소비 욕구가 많이 생기는 것이다.
저작권 산업 : 컨텐츠산업이므로 지적소유권이 보호되어야 하며, 이것은 문화산업에 발전에 필수요소이다.
지식기반 산업 : 20세기말 세계가 정보화 사회로 바뀌면서 이제는 지식의 장악이 성공의 열쇠가 되었다. 빌게이츠는 토지, 석유, 공장 등 유형의 자산은 없으나 세계 최고의 부자다.
4. 부산의 영상산업
가. 부산국제영화제
1996년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제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영화제로 정착되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를 포함한 아시아 영화의 발전이라는 목표를 착실히 수행, 아시아 영화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였고 부산을 문화도시로 널리 인식시킴으로써 도시의 위상을 고양시키고 부산시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 주었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나. 영상산업
1) 현황
2차 산업의 퇴조로 어려워진 부산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전략산업으로써 21세기 고부가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영상산업 육성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면서 자연스럽게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1999.12 부산영상위원회가 영화의 산업적 기능을 수행하기위해 설립되고 로케이션, 촬영유치 등 영상산업 육성 활동을 개시하였으며 2003년 영상산업발전 마스터플랜 ‘Cine-Post Busan'이 수립되어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영상산업 구축 사업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최근 국가균형발전위는 공공기관 이전계획 가운데 영화진흥위원회와 영상물등급위원회를 부산으로 이전할 것을 결정함으로써 부산시의 영상산업육성정책이 탄력을 받고 있다.
부산의 영상산업발전을 위한 주요 추진사업으로는 2개소의 영화 촬영스튜디오가 개관되어 로케이션활동에 기여를 하고 있다. 또 부산국제영화제의 전용상영관으로 사용될 영상센타(두레라움) 건립이 국비 및 시비로 착수되었고, 영화촬영소, 영화 후반부작업기지(필름현상소)조성 및 영화체험박물관 건립계획도 추진 중이다.
2) 문제점 및 한계
상기와 같은 부산의 영상인프라 구축이 과도한 국비에 의존하여 추진되므로 사업추진 및 착수에 애로가 예상되어 그 실현이 불투명 또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전국의 여러 자치단체가 영상산업에 대한 기대로 무분별하게 투자를 남발하여 국고의 낭비 및 선택과 집중의 효과를 저하시키고 있고, 광주 아시아 문화 중심도시조성에 연간 1천억원씩 20년간 집중적인 투자계획 등이 부산의 영상산업화 지원예산과 큰 차이를 보여 주고 있다.
한편 영화의 도시에서 영화의 생산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획, 촬영, 후반작업 및 마케팅 등 영화제작의 전 과정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부산시의 영상관련 지원사업이 인프라구축에 집중되어 있어 실제로 부산에서 장편 상업영화가 제작되고 유통될 수 있는데 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다.
영화생산기능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대기업 등 영화산업에 대한 투자 자본이 부족하다는 점과 영화산업과 관련한 우수한 전문 인력들 또한 중앙에 집중되어 있고, 부산지역의 교육기관이 서울에 비해 질적 수준이 낮아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문제점 등이 지방도시 부산이 가진 한계라고 할 수 있겠다.
다. 전망과 기대
부산영상산업발전은 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발돋움한 것과 같이 부산의 미래산업으로 육성코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부산시와 영상진흥위원회, 부산영상위원회 등이 영상 인프라 확충, 민간부문의 투자, 기금조성, 유능한 영화인력 배출 등 전반적인 영화제작을 위한 지원활동을 펼쳐 나가는 것이 요구된다.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2011년까지 영화진흥위원회 및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산이전이 실현되고 이에 따른 영화아카데미 부산이전 추진이 이루어진다면, 부산이 추진중인 영화촬영소, 영화 후반부작업기지(필름현상소) 조성 등으로 서울 중심의 영화산업이 상당부분 부산으로 옮겨올 것으로 기대된다.
영상산업 발전을 위하여 관계공무원 및 영상관계 전문가들의 국제화도 시급하다. 이들을 미국 등 해외로 파견하고 주재시킴으로써 급속히 변화하는 영상산업의 국내외 동향을 파악하고 정보교환,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토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부산시공무원과 해외근무경험이 있는 문광부 또는 외교부 직원들과의 교환근무가 최근 입법화 된 고위공무원단 법률에 의거 시행 된다면 영상산업 발전 추진에 동력이 될 것이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영상관련 우수한 인재들을 부산에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과 삶의 조건(amenities)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끝으로 부산시의 문화 관광국을 국제문화관광체육실로 격상시켜 시정의 역점이 영상산업 등 문화산업에 두어지도록 하고 책임을 강화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부산 영상·문화산업 진흥을 위한 제언 : 영상·문화산업 콘텐츠 전문인력 양성 절실 시 해외사무소 영상·문화업무 맡아야
부산 영상·문화산업 활성화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적 개최에 바탕을 둔 후속사업으로 부산의 장기적인 발전에 유용한 정책이다. 특히 이 분야는 21세기 문화산업 시대에 가장 발전 속도가 빠르고, 또 2차 산업의 기반이 약화된 지역경제를 살리기에 알맞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영상·문화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그동안 여러 학자들이 논문과 심포지엄 등을 통해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그러한 정책과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화 콘텐츠산업을 책임질 전문인력을 키워야 한다. 부산시와 영상위원회 등은 외국과의 교류를 다방면에 걸쳐 시행하고, 관련 공무원 및 영상·문화관계 전문가들은 해외의 문물을 경험하고 동향을 파악하며,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국제화된 인재를 키우는 것부터 서울과 지방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아울러 현재 해외 주재 부산 사무소에 파견중인 공무원의 역할을 무역 분야와 영상·관광 분야까지 맡도록 해야 한다. 부산시 서울사무소장을 영상·문화사업과 관련한 고급 정보수집과 재원확보 등을 위한 대정부 창구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부산시 간부들이 서울에 출장 가는 것이 쉽지 않다. 또 중앙정부 인사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직급이 높아야 한다. 공무원 사회에는 높은 직급의 사람이 낮은 직급의 공무원을 만날 수는 있어도 그 반대는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국장급이 서울사무소 소장을 맡아야 한다.
문화관광국을 국제·문화·관광·체육실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제회의, 문화·관광정책, 스포츠 이벤트 등의 업무는 상호의존적, 보완적 관계에 있다. 영상·문화산업 진흥을 위해 관련부서를 통합해 책임지고 이끌기 위해서는 실 단위로 격상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영상·문화분야의 우수 인재들을 부산으로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민·관이 합심해 영상·문화산업 진흥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문이다.
『김성엽 ? 부산발전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전 부산시 국제자문대사』, 부산시보 - 2005년 12월 2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