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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5   스물다섯번째마당-몬테네그로 바르 편
2010/09/06   열여덟째 마당( 동유럽의 향기-불가리아의 플레벤 편 8/7-9/3) (1)


스물다섯번째마당-몬테네그로 바르 편
여행 | 2010/11/05 20:35

스물 다섯 번째 마당-옛 유고 연방 국가들

(몬테네그로의 코토르와 바르 편 9/22-23)

축축이(카라)와 철철이(로자)는 한 이불 속에서 살았드래요.

둘이는 서로 서로 놀리느라 정신이 없었드래요.

축축이는 한 여름만 되면 마치 손바닥만 긴장하는 지

수줍은 듯 혼자 축축 흥건 했드래요.

축축 거리는 손발로 어쩌다 한번 부딪히기만 하면

서로 기겁을 했드래요.

반면에 철철이는 한 달에 한번 지독한 마법에 걸린대요.

남들 그 연세라면 한 두 방울 피가 아쉬운데

마치 폭포수 처럼 철철 거리는 피바다에 온 이불을 적신대요.

여기저기 핏빛 흔적으로 축축이가 못살겠다고

하소연하기 시작했드래요.

굴하지 않은 철철이의 핏빛 행진은 드디어 화이트라는 작고 우아한

달거리 받침대를 거부하고 엉덩이까지 감싸는 서양의

오줌싸개 아이 7-14세 일회용 빤쓰를 구입하기로 했드래요.

그 이후 아무런 걱정 없이 밤 잠을 자는 철철이를 보며

참고 지냈던 축축이가 강력 항의하기 시작했드래요.

피비린내는 이제 그만! 상큼하게 살고 싶다!!

철철이의 모든 원흉은 쑥뜸에 있으니 이제 좀 그만 살갗 태우라고...

무슨 매저키스트도 아니고...왜 그렇게 잔인하게 자신의 피부를 요리하냐고..
.정히 그렇게 원하면 담뱃불로 크게

지저 준대나 어쩐대나....이 놈의 영감탱이를...확!

단 하루도 아웅다웅 거리지 않는 날이 없는 배! 째라 부부는

개 닭 보듯 무심하게 지내기보다는 멍멍 꼬끼오 거려야

기운이 발동함을 잘 안다.

옛 유고 연방 국가의 마지막 방문 주자 몬테네그로로 향하는

고속버스에서 수거해 간 여권이 돌아 올 줄을 모른다.

어련히 기다리면 가출한 여권이 돌아오겠지만

궁시렁 거리는 로자의 걱정에 카라가 도끼눈을 날린다.

내가 뭘? 하는 쌍 씸지눈으로 되받아 치는 로자의 눈빛에

피곤한 흔적이 가득하다.

드브로브닉에서 만난 한국관광객의 단 한마디에 이끌려

온 이곳 발칸반도의 숨은 보석 코토르(KOTOR)는 1979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유서 깊은 곳이다.

깎아지른 절벽위로 구불구불 성벽이 둘러쳐진 이곳은

산이 3개가 겹쳐지고 그 안 깊숙한 곳에 아드리아해가

커다란 호수처럼 성벽 밑을 감싸고 있다. 드브로브닉이 거대한

수평선과 지평선이 맞닿는 전망 좋은 성벽이라면

코토르는 방어에 더 철저함을 기한 절박함을 느끼게 한다.

적의 공세에 밀리면 더욱 산꼭대기로 올라가야했던, 굳이 지난날의

역사를 배우지 않아도 알 것 같아 코토르를 더욱 애잔하게 만든다.

성 요한요새(St. John Fortress)와 성 니콜라스교회가 조각처럼

솟아있고 하늘 향해 나아가는 성벽의 계단은 도봉산행도 마다하는

로자와 카라의 약골 종아리 근육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보기만 해도 고도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 곳을 왕복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는
매표원의 유혹에 이끌려 2유로의 입장료를 내고 성벽을

타기로 하였다. 햇빛은 쨍쨍, 발 밑의 돌들은 반짝반짝, 도데체

언제쯤이면 성벽 정상에 도착할지 알 수가 없다.

계속 구불구불 이어지는 절벽 같은 계단을 보며

여기서 멈출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

물 한 병에 기대어 배! 째라 부부 헐떡이며 잘도 간다.

헥헥 거리며 가느라 돌 틈에서 잠시 빠져 나온 꽃뱀을

못 보고 가다가 뱀도 허둥지둥, 로자도 놀래서 꺄악~

때 맞추어서 기다리고 있는 물장수 아저씨 싱글거리며 우릴 반긴다.

지들이 물 안 먹고 배기겠어? 하는 얼굴로... 절대 할인은 안된대...

성벽 밑에서 0.8유로하는 작은 물병하나가 2유로란다.

오늘 장사는 공 쳤는지

아직도 아이스박스에 반 이상이 남아있다.

이미 다리는 축구선수 능가할 것 같고 허리도 씨름선수를 버금가는

굵기로 배낭도 짐 가방도 거뜬히 들어 올리는 카라는 더욱

말라가는 얼굴 살만이 여행의 고단함을 말해준다.

오늘 왕과 왕비처럼 성안에서 자기로 결정했다.

길가에서 만난 삐끼 아저씨는 절대 누구에게 말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며 마치 큰 선심이나 쓰듯이

하룻밤 둘이서 8인실 침대가 있는 방을 25유로에 내준다.

모처럼 성에서 우아하게 잠을 청해보려 하는데 옆에서 쿵쾅 거리며

발광하는 댄스장의 음악소리에 몸은 파 김치인데 정신은 덜 절여진 배추다.

매 시간마다 친절하게 울려주는 성당의 종소리 또한 단잠을 방해하는
얄미운 그대로서 성 안에서 자려면 대단한 인내와 엉덩이 붙이자마자

팍 쓰러져 죽을 만큼 치명적인 피곤함이 꼭 필요하다.

다만 무료 인터넷 WIFI 접속이 가능함에 위안을 삼아야 한다.

드브로브닉에 비해서 물가가 싼 코토르의 세켄핸드 매장에서

청바지랑 남방 하나를 9유로에 샀다. 3개월 동안 주구 장창

한 옷만 입다보니 빨아 입기도 쉽지가 않고 바지를 세탁하면

때에 찌든 윗도리가 자기도 씻겨 달라 보채고 상의 하나를

물에 담그면 거의 속옷 대용으로 나머지를 입어야 한다.

허나 게으르고 철딱서니 없는 로자에게는 부족함이

때로는 좋기도 하다.

코토르에서 항구 도시 바르(Bar)를 거의 1시간 30분 만에 도착했다.

두 사람 버스비용 12유로에다 짐 값 2개 2유로를 지불하고 나니

수중에 약 2-30유로만 남아있다. 밤새워 배를 타고 이탈리아

항구 도시 바리(Bari)로 가야 하기 때문에 없는 살림이지만

모처럼 중국식당 FIT에서 포식을 하기로 하였다.

소고기 탕수육에 야채 돼지고기 볶음, 거기다 모처럼 구경하는

황홀하게 빛나는 하얀 밥, 여행 중 동유럽 곳곳에서 만난 중국 음식점은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음식 종류로 현지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 좌석 앞뒤로 가득 모여 앉은 남녀노소

바르 시민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중국 음식이

몬테네그로 토착화에 확실하게 성공한 것 같다.

무척이나 부러우면서도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거대한 중국 인구들이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면서

그 지역의 상권을 서서히 장악해 가고

세계인의 입 맛 뿐만 아니라 메이드 인 차이나 상품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지 못하도록 전 지구인의 안방까지도 침투한 사실은

소름끼치도록 놀랍고도 무서운 일이다.

우리 모두가 그들의 손아귀에 이미 들어가 있음을 용인도, 부인하기도

쉽지 않은 현 상황은 세계의 중심 중화민족이라는 넘치는 자긍심에

불을 붙일까 겁난다. 낯선 타국이지만 기차에서든 버스에서든 눈치 안보고
시끄럽게 떠드는 중국인들을 어디에서든 쉽게 볼 수 있어

이런 생각을 더하게 한다.

몬테네그로 바르 항에서 이탈리아 바리 항까지 장장 10시간 정도가 걸리는
바다 여행을 위해 푸짐한 식사로 노곤해진 몸을 안고 일몰이 아름다운

바르 항 해변에서 옛 유고 연방 국가의 마지막 방문 추억을

사진에 담고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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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째 마당( 동유럽의 향기-불가리아의 플레벤 편 8/7-9/3)
여행 | 2010/09/06 23:01

열여덟째 마당( 동유럽의 향기-불가리아의 플레벤 편 8/7-9/3)

  루마니아 브라쇼보가 떠나 갈 것 같은 천둥 번개와 폭우가

  간밤에 몰아쳤다. 뜨겁게 내리쬐던 햇살과 함께 SAT대회

  7박 8일간의 일정을 마감하고 불가리아로 향하는 새벽길에

  쏟아지는 장대비가 가지 말라고 울며불며 애원하는 것만 같다.

  새벽 5시 21분 행 불가리아 플레벤 행 기차가 24분이나 늦은

  5시 45분에 출발한다. 동유럽 열차가 시도 때도 없이 지연되고,
  별다른 설명도 없이 지각하는 것에 대해 이미 그 악명을 듣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궁시렁 궁시렁 불평하는 사람도 우리 같은

  여행자들 말고는 없는 것 같다.

  더군다나 다음 정류장 예고 방송이 전혀 없어서 긴장해서

  정거장 이름을 더듬거리며 잘 읽고 내리지 않으면 영락없이

  낭패를 당한다. 38도가 넘는 한 여름에 에어콘도 작동하지 않고,
  세계 각국의 글로벌한 쉬야 냄새를 14시간 정도를 꼬박 앉아서
  맡아야 하는 그 고문은 참을 인자를 적어도 수 십 번은 들었다
  놨다 해야 한다.

  여행 5개월째에 접어들면서 어디선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미카엘로가 비어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푹 쉬다 가라고 제안한다.
그곳은 불가리아의 플레벤(Pleven)이란 조그만 소도시로서
  관광객이라고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곳이란다. 우리는 거기서
  몸도 마음도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로 결정하고 약 한 달간
  기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8월 7일 새벽 4시 30분 식전 댓바람부터 꿈지럭 거리며 시작한
  불가리아 여행이 그날 저녁 9시가 다 되어서야 드디어 플레벤에
  도착하였다. 여기저기 장대비가 쏟아질 것 같은 조짐이 나타나더니
  후두둑 소리와 함께 우리 부부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시원하게
  씻겨준다.

  침대와 쇼파, 식탁 외에는 거의 텅 비어 있는 그의 낡은 아파트에서
  세 사람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여기 저기 금이 가고 곱디 고운
  색깔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이지만 우리에겐 황금 궁전 이라
  여기면서 고단한 우리의 짐 꾸러미를 내려놓았다.

  아침 일찍부터 건물을 흔드는 포크레인 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여기저기 리모델링이 한참인 곳이었다. 이웃하고 있는 세련된
  신축 아파트와  우리가 머무는 구식 아파트가 얼굴을 맞대고
  민망하게 바라보고 있다.

  한 낮의 더위를 피해 이른 새벽부터 소란스레 무슨 일을 하나
  보았더니 5층 아파트의 1층을 허물고 지하를 파고 있다. 이런
  위험천만한 작업을 왁자지껄 몇 사람이 모여 아무렇지도 않게
  흙덩이를 들어낸다. 아슬아슬하게 2층부터 5층까지 간당간당
  달려 있는 것 같은데 이들에게는 전혀 위험하게 느끼지 않나 보다.

  보고 있는 우리가 더 오금이 저린다.

  요란하게 쏟아지는 분수대를 중심으로 플레벤의 중심 기관이
  다 모여 있다. 도청, 경찰국, 우체국, 전화국 등... 시내 한 복판에
  울창한 숲과 벤취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있다. 동양인을 처음
  보는지 우리 부부가 지나가면 일동 모두 우리를 주목하는 데,
  처음에는 뒤통수도 따갑고, 약간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면서 간이 부었는지 오히려 그들의 동그란

  눈동자에 담긴 호기심에 맞짱 눈길을 보낸다.

  여기 머무는 약 4주 동안 딱 한번 동양인 인 듯한 부부 2쌍을
  스쳐가듯 보고는 한번도 본적이 없었으니 이들의 놀라움을
  이해 할 만 하다. 유모차에 누워 있는 어떤 애기들은 우유병을
  빨다 말고는 구슬같은 눈동자를 요리조리 굴리며 우릴 바라본다.

  불가리아는 사회주의 체제 시절에는 중화학공업의 발전으로

  다른 동유럽 국가들에 비해 잘 살았다고 한다. 이후 체제

  전환기에 경쟁력을 잃으면서 번영했던 농업 조차도 국가 기간

  산업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해 지금은 가난한 나라로서 낮은

  출산율과 생산력으로 고통받고 있다.

  불가리아는 EU 가입 국가이지만 물가는 아주 싸서 우리 같은

  여행자에게는 과일이며, 야채며, 쌀을 적은 돈으로 사다 먹을 수
  있다.  이곳의 돈 단위는 레브(Lev)로, 1레브가 1/2유로로 웬만한

  식료품들은 3-5레브면 풍족히 사 먹을 수 있다.

  오랜 터어키의 식민지를 끝내고 사회주의 체제국가에서 개혁과
  개방화시대의 면모를 갖추며 살아온 불가리아인들에게 있어서

  아직도 구시대의 잔재들은 남아 있었다. 외국인이 2-3일 이상

  자신의 집에 머물 때에는 반드시 관할 경찰서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감시 통제 시스템이 폐기 처분되지 않고
  버젓이 오늘날에도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여권을 들고 복잡한 문서를 작성하고 경찰서를 찾아가는데

  미국인인 미카엘로의 증언만으로는 부족해서 불가리아의 주민인
  로자(불가리아 에스페란티스토 클라리타의 어머니)의 보증이 필요
  했다.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는 여권 발급 신청소 옆에

  위치한, 거동도 불편한 어르신을 오라가라하는 경찰서로

  우리 네 사람이 들어섰다.

  뾰족한 콧날에 치켜 올라간 큰 눈, 거기에다 신경질적인 목소리의

  여직원이 우리 여권을 보더니 버럭버럭 소리지른다. 원래

  포악한 사또보다 교활한 이방이 더 패주고 싶고, 탐욕스런 지주
  보다 거기 빌붙어 먹고 사는 박쥐같은 마름이 더 목에 기브스하고
  다녔던
것처럼...

  정작 경찰관은 한마디도 않는데 이 앙칼진 여자가 우리 앞에서
  목에 핏대를 세운다.

  그런 꼬락서니를 그냥 보고 있을 리가 없는 카라가 한마디 한다.

  에이, 그 X 꼴값하고 자빠졌네...

  어차피 지나 우리나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기는 마찬가지이고...

  괜히 동양인 깔보는 듯한 주제넘은 여편네에게 우리도 한방 보기
  좋게 펀치를 날렸다...ㅎㅎㅎ

  로자(불가리아 에스페란티스토 클라리타의 어머니)는 고혈압으로
  고생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를 식사 초대는

  물론이요, 과일이며, 요구르트며, 불가리아 음식을 항상 봉지에
  그득 그득 담아서 주신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그렇듯이

  내 새끼도 객지에서 배고파 고생하고 있지 않나하는 안쓰러움에
  우리 부부를 내 자식 보듯 챙겨주신다.

  한국에서 비싼 몸값을 주고 온 백설같이 하얀 고양이 돌체와

  함께 살고 계신 로자는 손녀딸의 비극적인 죽음을 우리에게 제일
  먼저 들려주셨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11살의 그녀가

  비둘기를 구하려다 아파트 난간에서 추락사한 이야기를

  불가리아 언어를 전혀 이해 못하는 우리에게 구슬프게 설명해

  주신다. 집안 곳곳에 보석처럼 빛나는 외동 손녀의 햇살같은

  미소가 집안 가득 걸려 있지만 할머니의 가슴속에는 아직도

  매일 비가 내리고 있었다.

  거의 매일 방콕(오직 쉬고 싶어서...)하고 있는 게으름뱅이

  배! 째라 부부의 등을 떠밀면서, 보다 못한 미카엘로가 플레벤

  시내 관광 가이드를 자청하고 나섰다.

    헤이, 잠꾸러기 부부, 여기 잠자러 왔어요?

    (우리, 그냥 쉬게 나두세요, 제발...) 몸이 좀 안 좋아서...

    이 핑계, 저 핑계... 요리 빼고, 저리 빼고...

  그럴수록 운동을 해야 하고 많이 걸어야 한다면서 늘어져있는
  우리의 손을 잡아 끈다. 멀지 않는 거리에 있다는 그의 설명에
  명소 탐방길에 나섰다. 시내 분수대를 가로지르고, 불가리아에서
  가장 큰 토종 브랜드 대형 슈퍼 빌라를 지나고, 태양을 피할

  생각도 못하고 헉헉 대며 그의 뒤를 쫓아가는데 가도 가도

  목적지가 안 나온다. 벌써 두 시간째 땡볕 도보 훈련이다.

    에이, 뭐예요? 멀지 않다면서요...

  폭염 속에서 극기 체험 정말 원치 않아요...

  관광이고 나발이고 다 싫다니깐요...

  우리에게 제발 휴식을...

  투덜투덜 해봐도 미카엘로 들은 척도 안한다.

  걸어서 왕복 4시간이 걸리는 이곳은 카이르카(Kajlaka)라는

  저수지로 불가리아 살수대첩이 행해진 곳이다.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에 맞서 대승을 거두었다면, 불가리아는 이곳에서

  토트레이번 장군 지휘아래 터어키 군대를 맞아 수공을

  펼침으로써 자신의 조국을 구한 역사적인 현장인 것이다.

  드라마틱한 이 저수지는 파노라마(Panorama)라고 불리는

  전쟁역사박물관과 함께 플레벤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플레벤
  시민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추천하는 곳이다.

  침략자 터어키군을 맞아 온 국민의 피 눈물로 이겨낸 전쟁사가
  박물관 꼭대기 전층을 둥그런 벽화로 완전히 가득 채워져 있다.

  서사적인 투쟁사가 그림으로 장대하게 펼쳐져 있어서
  파노라마 라고 이름을 지은 것 같았다.

  불가리아 거리 곳곳에는 A4용지에 수 많은 사람들의 사진이

  꽃과 함께 걸려 있다. 처음에는 무슨 선거 벽보인가 생각했다.
  그것은 돌아가신 분들을 잊지 않기 위해 고인의 사진과 간단한
  약력을 적어서 거리 곳곳에 붙여 알리거나, 대문에 붙여 놓는다고
  한다. 요절한 애닲은 죽음에서부터 수명장수를 누린 별세까지...

  생사를 초월하고, 떠나버린 분들과의 추억을 함께 잊지 않고

  살아가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8월 21일 토요일 아침 6시부터 불가리아 시민 공동묘지로 향하는
  발길이 땀에 젖는다. 차도를 지나고 인도를 건너 산등성이 하나를
  넘어서 도착한 곳은 클라리타 아버지 산소이다. 방에서 탱자탱자

  빈둥거리고 있어서 안가겠다고 말도 못하고, 미카엘로 뒤꽁무니를
   터벅거리며 따라간다. 이역만리 머나먼 땅에서 남의 딸 대신
   효자 효녀 노릇 하기도 쉽지않다. 오늘은 클라리타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영국서 바삐 지내고 있는 친딸 대신 딸 아들 역할위해
  배! 째라 부부와 미카엘로가 추도식에 참석했다. 가족 친지들이
  소리없이
울먹이는 가운데 조용하고 조촐한 의식이 진행되었다.
  촛불을
밝히고 산소위에 포도주로 십자가를 그리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신부님의 구슬픈 추모 송가는 미카엘로의 눈도 적시고,

  배! 째라 부부도 연신 손수건을 꺼낸다. 이 세상의 모든 삶과

  죽음의 의식에 담긴 의미가 먼저 가신 고인에 대한  통한의

  아픔을, 남아있는 자들이 죄송함을 전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약 한달 간 불가리아 플레벤에서의 휴식은 또 다시 출발하는
    긴 여행을 위한
    귀중한 시간이었다. 아파트 앞 노점상 할머니들과의 즐거운
    하이파이브 인사,
   터어키식 카페 종업원 청년 레지와의 손짓 발짓 대화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북치고 나팔부는 흥겨운 결혼식 피로연에서 만난
  동네 아주머니가 건네주신 달콤한 카라멜처럼 플레벤은 향긋한
  기운을 우리 부부에게 안겨주었다.

  게으름뱅이 배! 째라 부부에게 이 금쪽같은 재충전 기회를
  제공해주신

  카라의 영원한 에스페란티스토 철부지 엉아인 미카엘로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다. 우리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지만 내일을

  기약하면서 장미의 고장 카잔륵으로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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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a AN 2010/09/10 08:52 L R X
로자, 한 백세는 족히 된듯한 로자 옆의 노인이 뉘신고????!!!!!
머시라 고라고라!!! 미카엘로라 고라고라!!!!!!!!!!!!!!!
헉!!!!!!!!!!!!!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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