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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에 해당하는 글2 개
2010/09/23   열 아홉번째 마당-동유럽의 향기 -불가리아의 카잔륵, 소포트, 소피아편
2010/09/06   열여덟째 마당( 동유럽의 향기-불가리아의 플레벤 편 8/7-9/3) (1)


열 아홉번째 마당-동유럽의 향기 -불가리아의 카잔륵, 소포트, 소피아편
여행 | 2010/09/23 06:46

  열 아홉번째 마당-동유럽의 향기

  (불가리아의 카잔륵, 소포트, 소피아편 9/2-9/7)

  불가리아의 플레벤에서 아침 8시 30분 버스타고 장미의 고장
  카잔륵(Kazanlak)에 도착한 것은 낮12시가 다 되어서이다.

  24레브(약12유로 정도)로 두 사람이 승차하였으니 대중교통

  요금이 정말 저렴한 편이다.

  카잔륵은 5월과 6월 장미의 축제가 펼쳐지는 곳으로 이곳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사람들이 실망하는 것 중에 하나가 장미의 고장임에도
  불구하고 장미 몇 송이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다.

  장미 향수 한 병(약10ml)을 만들기 위해 장미 3,000송이,

  그것도 새벽이슬을 영롱하게 머금은 장미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방인들이 바리바리 짐 싸들고 오기 전에 이미 생을 마감한다.

  장미 향수와 화장품, 장미 잎사귀를 이용한 술과 음료

  등이 이 고장의 상징처럼 되어 있어서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이 되어 있다.

  이 향긋한 곳으로 배! 째라 부부를 초대하신 분은 장미처럼

  화려한 외양을 갖고 계신 분은 아니지만 장미를 능가하는

  삶에 대한 붉은 정열을 간직한 불가리아 에스페란티스토

  스보다(Svoda) 할머니이다.

  지난 8월 루마니아 SAT대회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후,

  그녀는 우리를 기꺼이 자신의 보금자리로 초대한 것이다.

  고양이 7마리와 조니라는 멍멍이, 주렁주렁 사과나무와

  무화과나무, 포도나무 등 정원 가득 과실수가 무성한 그곳에서
  그녀는 자연처럼 살고 계셨다.

  두꺼운 돋보기안경 너머로 생글거리는 작은 두 눈과 성치 못한 치아
  가득 머금은 미소, 검붉은 힘줄이 종아리 가득 얼키설키 엉켜 있지만
  화끈하게 아픔을 뛰어넘는 그녀의 파안대소와

  짓궂은 유머로 잠시도 우릴 잡념에 빠지지 않게 구원해주신다.

  아버지가 불가리아 사회주의 체제에 맞서 투쟁한 전력으로

  많은 고난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아버지는

  불가리아가 내일 멸망할지라도 외동딸을 위해 넉넉히

  사과나무를 심어 놓으셨다. 그 사과나무가 지금 해마다 가을이 되면
  아버지의 염원처럼 정원가득 일용할 양식이 되어

  이웃들과 나누어 먹는다고 한다.

  카잔륵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Thracian Tomb로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 못지않게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다. 세계 제1차, 2차 대전
  공습을 피하기 위한 방공호를 파다가 발견한 이곳은 천정과 기둥,
  문 입구의 벽화가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소중한 유산으로 보존되고 있다.

  카잔륵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 금빛 장식돔이 찬란한

  Shipka의 성당은 터어키에 맞서 싸운 불가리아와 러시아

  병사들의 유골을 지하에 간직한 채 세워진 유서 깊은 현장이다.
  게다가   그곳 가까이에 모여 살고 있는 일본인 은퇴자들이 매일
  매일 성당으로
  들어가는 계단을 깨끗이 쓸어주어서 불가리아 전국을 통틀어서
  손꼽히게 청결한 장소라고 한다.

  9월 4일 새벽 5시 30분 기차를 타고 아침 7시에 도착, 이어서 버스타고
  불가리아 전국 에스페란토대회가 열리는 스포트 (Spot)로 향한다.
  오전 9시 개회식에 맞춰서 부지런히

  새벽부터 일어나서 분주히 움직이는 이곳 분들의 정성이

  대단한 것 같다.

  어느 에스페란티스토는 이른 새벽이라 세수는 커녕 머리도

  빗지 못한 모습으로, 뒤통수에는 커다란 까치집을 짓고,

  겨우 눈꼽만 제거한 모습으로 나오셨다. 살루톤!!(안녕하세요!!)
  오직 한 마디 던지고는 기차를 타자마자 의자에 벌렁 드러누워 코를
  골며 단잠에 빠진다.

  같은 기차에 타고 있는 또 다른 에스페란티스토는 로자랑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신세이다. 영어 교사인 그는 한국의

  영화를 수입해서 자막에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부업 삼아

  한다고 한다. 그 또한 오직 살루톤!! 한마디 한다. 근데

  이들이 이른 새벽부터 기차타고 버스타고, 부랴부랴

  에스페란토대회에 참석하는지 궁금하다.

  단 두 사람만 모여도 불가리아 언어로 수다를 떨고, 오직

  그들만의 축제를 즐기는 자리에 개밥의 도토리처럼

  우리 부부가 낀 것은 아닌지 민망하다.

  9월 4일 토요일, 약 150여 명 어르신들이 모인 제62차

  불가리아 전국 에스페란토 대회가 불가리아의 자랑, 민족시인
  이반바조프(1850-1921)의 고장 스포트(Spot)에서 열렸다.

  전국대회이니만큼 그해의 주제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참석했는데,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니, 신임회장 선거와

  불가리아 에스페란토 협회 사무실에 컴퓨터 한 대 들여오자는
  이야기가 주요 안건이다.

  홈페이지도 없고, 전국대회 순서를 알려주는 안내장 하나 없이
  진행하는 것을 보면서, 괜히 온 것 같아 적잖이 후회가 된다.
  유창하게 에스페란토를 구사하는 몇 몇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모국어로 대화하는 그곳에 열혈 에스페란티스토가 아닌
  로자가 끼기에는 정말 거시기한 자리가 아닐 수 없다.

  호기심 많은 여러분이 말을 건네 와도 살루톤과 자신의

  이름 정도 외에는 더 이상 진행이 안되는 상황이 정말

  답답하다. 그나마 불가리아 에스페란티스토로서, 사회주의

  체제에 맞선 댓가로 오랜 유형 생활에도 올곧은 신념으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 90세 고령의 아나키스트

  알렉산더 나코브 할아버지를 만난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다.
  천진난만한 미소와 편안한 얼굴이 지나온 자신의 삶에

  대해 한 치의 후회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소리없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오후 5시 대회 모든 일정이

  끝났다. 저녁 8시부터 식사와 친교의 시간을 갖기 위해 장소를 옮긴다.
  각자의 방에 배정이 된 곳으로 가보니 바로 여기서

  학교괴담을 찍어야 제대로 그림이 나올 곳 같은 현장이다.

  4명씩 배정된 방에 들어오자마자 모두들 샤워하고,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어떤 분은 샤워 할 시간 없다고 팬티만

  수줍게 갈아입고, 쪼글쪼글해진 얼굴이지만 정성껏 그림을

  그리고, 머리에도 빛나는 장식하나 얹어주고, 거칠어진 입술에
  예쁜 장미색 루즈를 바르고, 마지막으로 향수로 마감을 한다.

  넥타라는 이 고장 맥주와 강력한 브랜드, 감자와 치즈, 고기, 빵 등
  식탁 가득 펼쳐진 음식과 술, 음악으로 벌써 친교의 밤은 후끈
  달아오른다. 이브몽땅의 묵직한 음성으로 읊어주는

  모나코와 Feelings 등 친근한 팝송이 더욱 달콤한 밤으로

  모두를 안내한다.

  아!! 드디어 로자는 알았다.

  오직 살루톤 한마디 할지라도 식전 댓바람부터 이들이 왜

  그렇게 부산한 발걸음을 옮겼는지를....

  틈만 나면 병든 닭처럼 졸던 바로 그 할머니가 이 밤을 위해
  꽃단장하고 등장하신 것이다. 짙은 파란색의 빤짝이 셔츠에

  눈처럼 새 하얀 빽바지, 까치집을 지었던 그곳에는 은빛 찬란한
  구슬이 언제 그랬나는 듯이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왕년에 한 가닥들 했던 솜씨로 서로 어깨를 부여잡고,
  굵직한 허리도 덥썩 휘감으며, 난리부르스, 올드 쌍쌍 광란의 댄스

  파티가 열기를 더해간다. 이 손 저 손 요청으로 귀에 입이 걸린

  이 분은 바로 오늘밤 직녀가 되어 수많은 견우들을 만나기

  위해 오작교 미팅을 1년 꼬박 손꼽아 기다린 것 같다.

  이미 110살을 훌쩍 넘긴 에스페란토이니 만큼, 연로한

  희망동이들(어르신들)의 내 청춘 돌리도!! 몸짓이려니

  하고 이해하려 애써 보지만, 뒷맛이 씁쓸한 것이 이번

  불가리아 전국에스페란토 대회 참석은 잘한 결정이

  아닌 것 같다.(불가리아 슬리벤 지부에서 초청받음)

  공연 요청도 아프다는 핑계로 매정하게 거절하고

  그 곳을 빠져 나오면서 점점 노화해가는 불가리아

  에스페란토계의 회춘을 빌어본다.

  9월 5일 일요일, 스포트에서 시내 버스로 이동한

  카를로보(Karlovo)역에서 오후 1시 50분 소피아행 기차를

  두 사람이 13.40Lev에 탔다. 마치 세계 1, 2차 대전을

  다 겪은 듯 낡고 녹슬고, 의자는 푹 꺼지고, 유리창은

  올라가다 말고, 가난을 주렁주렁 달고 가는 이 기차를 타고

  덜컹 거리며 내린 곳은 소피아가 아닌 다른 곳이다.

  모두들 짐 까지 챙겨들고 버스로 갈아탄다. 고속철로 건설을 위해
  공사 구간 역 전체를 완전히 폐쇄해 버려서 그 지역은

  버스로 이동시켜 준다. TGV 보다 더 잘 빠진 신형기차가 우릴
  반겨준다. 불가리아에서 처음 만나는 청결한 기차이다.

  와우~ 참는 자에게 복이 참말로 있나니...

  광대한 발칸산맥을 따라 오후4시 50분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 도착하였다. 이름만큼이나 예쁜 도시일 것이라는

  설레임에 피곤도 잊는다.

  그러나 소피아도 이미 할머니가 되어 버린 듯 낡은 건물과 도로에는
  잡초가 세월 무상하게 자라 있다. 시내 중심가

  쉐라톤 워커힐호텔을 중심으로 알렉산더 네프스키 성당과

  전통을 간직한 예술품 같은 건축물들이 간신히 소피아의

  아름다웠던 옛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다.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지만 친절한 안내와 미소 속에서

  불가리아의 희망을 보았고, 싸고 맛있는 과일과 알록달록

  예쁜 꽃 속에서 불가리아의 향긋함을 느꼈다. 

  배! 째라 부부에게 있어 불가리아에서 보낸 약 30일은

  초라했지만 편안했고, 소박했지만 진실하게 아름다운

  사람의 향기를 맛 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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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째 마당( 동유럽의 향기-불가리아의 플레벤 편 8/7-9/3)
여행 | 2010/09/06 23:01

열여덟째 마당( 동유럽의 향기-불가리아의 플레벤 편 8/7-9/3)

  루마니아 브라쇼보가 떠나 갈 것 같은 천둥 번개와 폭우가

  간밤에 몰아쳤다. 뜨겁게 내리쬐던 햇살과 함께 SAT대회

  7박 8일간의 일정을 마감하고 불가리아로 향하는 새벽길에

  쏟아지는 장대비가 가지 말라고 울며불며 애원하는 것만 같다.

  새벽 5시 21분 행 불가리아 플레벤 행 기차가 24분이나 늦은

  5시 45분에 출발한다. 동유럽 열차가 시도 때도 없이 지연되고,
  별다른 설명도 없이 지각하는 것에 대해 이미 그 악명을 듣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궁시렁 궁시렁 불평하는 사람도 우리 같은

  여행자들 말고는 없는 것 같다.

  더군다나 다음 정류장 예고 방송이 전혀 없어서 긴장해서

  정거장 이름을 더듬거리며 잘 읽고 내리지 않으면 영락없이

  낭패를 당한다. 38도가 넘는 한 여름에 에어콘도 작동하지 않고,
  세계 각국의 글로벌한 쉬야 냄새를 14시간 정도를 꼬박 앉아서
  맡아야 하는 그 고문은 참을 인자를 적어도 수 십 번은 들었다
  놨다 해야 한다.

  여행 5개월째에 접어들면서 어디선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미카엘로가 비어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푹 쉬다 가라고 제안한다.
그곳은 불가리아의 플레벤(Pleven)이란 조그만 소도시로서
  관광객이라고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곳이란다. 우리는 거기서
  몸도 마음도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로 결정하고 약 한 달간
  기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8월 7일 새벽 4시 30분 식전 댓바람부터 꿈지럭 거리며 시작한
  불가리아 여행이 그날 저녁 9시가 다 되어서야 드디어 플레벤에
  도착하였다. 여기저기 장대비가 쏟아질 것 같은 조짐이 나타나더니
  후두둑 소리와 함께 우리 부부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시원하게
  씻겨준다.

  침대와 쇼파, 식탁 외에는 거의 텅 비어 있는 그의 낡은 아파트에서
  세 사람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여기 저기 금이 가고 곱디 고운
  색깔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이지만 우리에겐 황금 궁전 이라
  여기면서 고단한 우리의 짐 꾸러미를 내려놓았다.

  아침 일찍부터 건물을 흔드는 포크레인 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여기저기 리모델링이 한참인 곳이었다. 이웃하고 있는 세련된
  신축 아파트와  우리가 머무는 구식 아파트가 얼굴을 맞대고
  민망하게 바라보고 있다.

  한 낮의 더위를 피해 이른 새벽부터 소란스레 무슨 일을 하나
  보았더니 5층 아파트의 1층을 허물고 지하를 파고 있다. 이런
  위험천만한 작업을 왁자지껄 몇 사람이 모여 아무렇지도 않게
  흙덩이를 들어낸다. 아슬아슬하게 2층부터 5층까지 간당간당
  달려 있는 것 같은데 이들에게는 전혀 위험하게 느끼지 않나 보다.

  보고 있는 우리가 더 오금이 저린다.

  요란하게 쏟아지는 분수대를 중심으로 플레벤의 중심 기관이
  다 모여 있다. 도청, 경찰국, 우체국, 전화국 등... 시내 한 복판에
  울창한 숲과 벤취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있다. 동양인을 처음
  보는지 우리 부부가 지나가면 일동 모두 우리를 주목하는 데,
  처음에는 뒤통수도 따갑고, 약간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면서 간이 부었는지 오히려 그들의 동그란

  눈동자에 담긴 호기심에 맞짱 눈길을 보낸다.

  여기 머무는 약 4주 동안 딱 한번 동양인 인 듯한 부부 2쌍을
  스쳐가듯 보고는 한번도 본적이 없었으니 이들의 놀라움을
  이해 할 만 하다. 유모차에 누워 있는 어떤 애기들은 우유병을
  빨다 말고는 구슬같은 눈동자를 요리조리 굴리며 우릴 바라본다.

  불가리아는 사회주의 체제 시절에는 중화학공업의 발전으로

  다른 동유럽 국가들에 비해 잘 살았다고 한다. 이후 체제

  전환기에 경쟁력을 잃으면서 번영했던 농업 조차도 국가 기간

  산업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해 지금은 가난한 나라로서 낮은

  출산율과 생산력으로 고통받고 있다.

  불가리아는 EU 가입 국가이지만 물가는 아주 싸서 우리 같은

  여행자에게는 과일이며, 야채며, 쌀을 적은 돈으로 사다 먹을 수
  있다.  이곳의 돈 단위는 레브(Lev)로, 1레브가 1/2유로로 웬만한

  식료품들은 3-5레브면 풍족히 사 먹을 수 있다.

  오랜 터어키의 식민지를 끝내고 사회주의 체제국가에서 개혁과
  개방화시대의 면모를 갖추며 살아온 불가리아인들에게 있어서

  아직도 구시대의 잔재들은 남아 있었다. 외국인이 2-3일 이상

  자신의 집에 머물 때에는 반드시 관할 경찰서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감시 통제 시스템이 폐기 처분되지 않고
  버젓이 오늘날에도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여권을 들고 복잡한 문서를 작성하고 경찰서를 찾아가는데

  미국인인 미카엘로의 증언만으로는 부족해서 불가리아의 주민인
  로자(불가리아 에스페란티스토 클라리타의 어머니)의 보증이 필요
  했다.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는 여권 발급 신청소 옆에

  위치한, 거동도 불편한 어르신을 오라가라하는 경찰서로

  우리 네 사람이 들어섰다.

  뾰족한 콧날에 치켜 올라간 큰 눈, 거기에다 신경질적인 목소리의

  여직원이 우리 여권을 보더니 버럭버럭 소리지른다. 원래

  포악한 사또보다 교활한 이방이 더 패주고 싶고, 탐욕스런 지주
  보다 거기 빌붙어 먹고 사는 박쥐같은 마름이 더 목에 기브스하고
  다녔던
것처럼...

  정작 경찰관은 한마디도 않는데 이 앙칼진 여자가 우리 앞에서
  목에 핏대를 세운다.

  그런 꼬락서니를 그냥 보고 있을 리가 없는 카라가 한마디 한다.

  에이, 그 X 꼴값하고 자빠졌네...

  어차피 지나 우리나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기는 마찬가지이고...

  괜히 동양인 깔보는 듯한 주제넘은 여편네에게 우리도 한방 보기
  좋게 펀치를 날렸다...ㅎㅎㅎ

  로자(불가리아 에스페란티스토 클라리타의 어머니)는 고혈압으로
  고생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를 식사 초대는

  물론이요, 과일이며, 요구르트며, 불가리아 음식을 항상 봉지에
  그득 그득 담아서 주신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그렇듯이

  내 새끼도 객지에서 배고파 고생하고 있지 않나하는 안쓰러움에
  우리 부부를 내 자식 보듯 챙겨주신다.

  한국에서 비싼 몸값을 주고 온 백설같이 하얀 고양이 돌체와

  함께 살고 계신 로자는 손녀딸의 비극적인 죽음을 우리에게 제일
  먼저 들려주셨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11살의 그녀가

  비둘기를 구하려다 아파트 난간에서 추락사한 이야기를

  불가리아 언어를 전혀 이해 못하는 우리에게 구슬프게 설명해

  주신다. 집안 곳곳에 보석처럼 빛나는 외동 손녀의 햇살같은

  미소가 집안 가득 걸려 있지만 할머니의 가슴속에는 아직도

  매일 비가 내리고 있었다.

  거의 매일 방콕(오직 쉬고 싶어서...)하고 있는 게으름뱅이

  배! 째라 부부의 등을 떠밀면서, 보다 못한 미카엘로가 플레벤

  시내 관광 가이드를 자청하고 나섰다.

    헤이, 잠꾸러기 부부, 여기 잠자러 왔어요?

    (우리, 그냥 쉬게 나두세요, 제발...) 몸이 좀 안 좋아서...

    이 핑계, 저 핑계... 요리 빼고, 저리 빼고...

  그럴수록 운동을 해야 하고 많이 걸어야 한다면서 늘어져있는
  우리의 손을 잡아 끈다. 멀지 않는 거리에 있다는 그의 설명에
  명소 탐방길에 나섰다. 시내 분수대를 가로지르고, 불가리아에서
  가장 큰 토종 브랜드 대형 슈퍼 빌라를 지나고, 태양을 피할

  생각도 못하고 헉헉 대며 그의 뒤를 쫓아가는데 가도 가도

  목적지가 안 나온다. 벌써 두 시간째 땡볕 도보 훈련이다.

    에이, 뭐예요? 멀지 않다면서요...

  폭염 속에서 극기 체험 정말 원치 않아요...

  관광이고 나발이고 다 싫다니깐요...

  우리에게 제발 휴식을...

  투덜투덜 해봐도 미카엘로 들은 척도 안한다.

  걸어서 왕복 4시간이 걸리는 이곳은 카이르카(Kajlaka)라는

  저수지로 불가리아 살수대첩이 행해진 곳이다.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에 맞서 대승을 거두었다면, 불가리아는 이곳에서

  토트레이번 장군 지휘아래 터어키 군대를 맞아 수공을

  펼침으로써 자신의 조국을 구한 역사적인 현장인 것이다.

  드라마틱한 이 저수지는 파노라마(Panorama)라고 불리는

  전쟁역사박물관과 함께 플레벤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플레벤
  시민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추천하는 곳이다.

  침략자 터어키군을 맞아 온 국민의 피 눈물로 이겨낸 전쟁사가
  박물관 꼭대기 전층을 둥그런 벽화로 완전히 가득 채워져 있다.

  서사적인 투쟁사가 그림으로 장대하게 펼쳐져 있어서
  파노라마 라고 이름을 지은 것 같았다.

  불가리아 거리 곳곳에는 A4용지에 수 많은 사람들의 사진이

  꽃과 함께 걸려 있다. 처음에는 무슨 선거 벽보인가 생각했다.
  그것은 돌아가신 분들을 잊지 않기 위해 고인의 사진과 간단한
  약력을 적어서 거리 곳곳에 붙여 알리거나, 대문에 붙여 놓는다고
  한다. 요절한 애닲은 죽음에서부터 수명장수를 누린 별세까지...

  생사를 초월하고, 떠나버린 분들과의 추억을 함께 잊지 않고

  살아가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8월 21일 토요일 아침 6시부터 불가리아 시민 공동묘지로 향하는
  발길이 땀에 젖는다. 차도를 지나고 인도를 건너 산등성이 하나를
  넘어서 도착한 곳은 클라리타 아버지 산소이다. 방에서 탱자탱자

  빈둥거리고 있어서 안가겠다고 말도 못하고, 미카엘로 뒤꽁무니를
   터벅거리며 따라간다. 이역만리 머나먼 땅에서 남의 딸 대신
   효자 효녀 노릇 하기도 쉽지않다. 오늘은 클라리타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영국서 바삐 지내고 있는 친딸 대신 딸 아들 역할위해
  배! 째라 부부와 미카엘로가 추도식에 참석했다. 가족 친지들이
  소리없이
울먹이는 가운데 조용하고 조촐한 의식이 진행되었다.
  촛불을
밝히고 산소위에 포도주로 십자가를 그리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신부님의 구슬픈 추모 송가는 미카엘로의 눈도 적시고,

  배! 째라 부부도 연신 손수건을 꺼낸다. 이 세상의 모든 삶과

  죽음의 의식에 담긴 의미가 먼저 가신 고인에 대한  통한의

  아픔을, 남아있는 자들이 죄송함을 전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약 한달 간 불가리아 플레벤에서의 휴식은 또 다시 출발하는
    긴 여행을 위한
    귀중한 시간이었다. 아파트 앞 노점상 할머니들과의 즐거운
    하이파이브 인사,
   터어키식 카페 종업원 청년 레지와의 손짓 발짓 대화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북치고 나팔부는 흥겨운 결혼식 피로연에서 만난
  동네 아주머니가 건네주신 달콤한 카라멜처럼 플레벤은 향긋한
  기운을 우리 부부에게 안겨주었다.

  게으름뱅이 배! 째라 부부에게 이 금쪽같은 재충전 기회를
  제공해주신

  카라의 영원한 에스페란티스토 철부지 엉아인 미카엘로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다. 우리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지만 내일을

  기약하면서 장미의 고장 카잔륵으로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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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a AN 2010/09/10 08:52 L R X
로자, 한 백세는 족히 된듯한 로자 옆의 노인이 뉘신고????!!!!!
머시라 고라고라!!! 미카엘로라 고라고라!!!!!!!!!!!!!!!
헉!!!!!!!!!!!!!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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