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2일 토요일은 바하이교를 믿고 있는 요하노의 가족들에게는
성스런 날이었다.
호주, 이란, 부탄, 네팔, 인도, 파푸아뉴기니, 한국 등 그야말로
다국적 사람들이 모여
이 성스런 날을 기리는 한 판 축제가 열렸다.
우연하게도
태국에서 마르코를 통해 알게 된 바하이교를 여기 호주 요하노의
집에서
또 한번 접하게 되는 것이다.
양 손 가득 각국의 고유 음식을 장만하고
마치 설빔을 차려 입은 듯
단정하고 정갈한 다국적 사람들의 등장으로 요하노의 주방에
국제적인 활기가 넘친다.
가벼운 포옹과 키스가 넘나드는 곳에서
우리도 덩달아 반가운 인사를 날렸다.
살루톤!!(안녕하세요~)
아직도
로자의 얼굴 붓기가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살 쪄서 주름살이 펴진 줄 알고 좋아했는데...)
아리랑을, 무인도를, 양반춤을 선 보여야 한다.
한국의 전통예술가가 왔다고
사방 팔방에 레슬리의 자랑이 대단했다.
하필이면
오늘 아침에는 내 커피 전용 초록 컵도 깨뜨리고
(별 불만 없었는데...)
내 간소한 공연 의상 마저도
카라의 화끈한 다림질에 오징어마냥 비틀어졌다.
(카라의 열정이 너무 뜨거웠나?)
아잉~ 몰라 몰라...궁시렁시렁...
갓도 도포도 생략한 간소한 양반춤이 제일 먼저 소개되었다.
30여명의 파란눈, 갈색눈, 회색눈, 까만 눈동자가 내 손끝을 따라
움직인다.
대금의 청아한 소리를 선두로 능청거리는 굿거리 가락에 맞춰
커다란 부채가 너울댄다.
우아하게, 때론 거드름 피우듯이 굽이굽이 잘도 넘어 간다.

일반적인 한국고전무용의 선비춤과는 다른 이 양반춤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 중 제2과장 양반과장에
등장하는 춤으로서
청렴결백하고 강직한 양반을 나타내는
춤이라기보다는
온갖 추악한 짓거리들을 서슴없이 행하던 개다리소반이라
비아냥 받았던
못난 양반들을 상징하고 조롱하는 춤이다.
바로 이러한 춤을
로자의 수준과 안목에 준해서
2004년 중국 베이징 세계에스페란토 공연을 목표로
새롭게 각색하고
재구성하여 그럴싸한 양반춤을 탄생시켰다.
국내외 수많은 공연 경험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하는 춤사위가 영 어색하다.
그러나
여기저기 카메라 세례와 박수갈채.....(코란당콘, 감사합니다.)
이어서 채 한 숨 돌리기도 전에
부랴 부랴 지인이 보내준 ‘무인도’ 반주음악이
웅장하게 등장한다.
손뼉도 치면서, 어깨도 들썩이면서, 다 같이
‘솟아라 태양아~ 어둠을 헤치고..
(레비쥬 순브릴로~ 포르펠르 옴브론...)
관객들 의자 다리 몽댕이를 장구 삼아 두드리면서
‘아리랑’도 한 판...
‘청천하늘엔 잔 별도 많고,,(물타이 스텔로이 쑤르 불루 치엘로..)
내 친김에 ‘진도아리랑’까지...,, 얼씨구 절씨구....
‘노다가세~ 노다가세, 저 달이 떳다 지도록 노다가세....
혼자서
춤 추고, 노래하고, 요리 조리 신명을 돋구느라 기운이 다 빠졌다.
그러나
이 나라 진미 저 나라 성찬을 위장에 가득히 채워 놓았기에
글로벌한 수다꽃을 피우기에는 에너지가 충만한 밤이었다.

오늘(5월 27일)은 런세스턴 도심 가까이에 자리 잡은
타마르강(Tamar river) 관광에 나섰다.
우리의 한강 처럼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가에는 하얀색 크루즈가 떠있고,
백조가 아닌 흑조 두 마리도 유유히 초겨울 준비위해 열심히
발을 놀리고 있다.
너무도 놀라운 광경은 도심 주택가 바로 옆을 끼고
아래쪽엔 강과 유람선이 위쪽에는 강원도 오지 산골에서나
만날 듯한 깎아지른 절벽과 짙은 녹음 가득한
다종다양한 나무들이 서로 쌍벽이라도 이루듯이
마주보고 있는 것이다.

야~ 정말 하늘도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싱싱하고 울창한 숲과 물을 사람들이 엎어지면 코 닿을 듯한
곳에 내려주다니..
몇 시간씩 차를 몰고 몰아서 숲과 산과 강을 찾아가야 하는
우리로선 그저 부럽고 놀라울 뿐이다.
두 사람 정도가 지나다닐 만큼의 통로 외에는 일체의
인공적인 기술을 거부하는
천연 그대로의 도도함이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진다.
그 누가 청하지 않아도 아리랑, 진도아리랑이 절로 나온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내주는 맑은 미소가
더욱 신명을 돋우면서...
가장 청아한 아리랑이
이 곳 런세스턴의 하늘에 닿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