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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세기에 필요한 가치관은 무엇일까?
몇년 전에 타계한 피터 드러커(P. Drucker)는 20세기 대중문화의 시대를 거쳐 현대 민주주의가 꽃피는 21세기에는 가치관, 태도, 정보, 자료, 이미지 상상력, 그리고 한 사회가 생산한 각종 상징적 상품을 포함하는 지식이 가장 중요한 생산 요소가 되는 동시에 권력을 창출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하였다.1) 여기서 가치관이란 “어떤 구체적인 행동양식이나 존재 양식이 그 반대의 행동양식이나 존재 양식보다 개인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더 바람직한 것이라는 신념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래서 이 같은 가치의 개념은 옳은 것이 무엇이고 좋고 바람직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상적인 생각(individual's ideal)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도덕적인 내용이 가미되어 있다.”2)
현대 민주주의가 만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21세기에 바람직한 가치관은 우선적으로 전 지구적(globalization) 사유와 실천하는 세방화(世方化, glocalization) 정신 구현이다. 정보통신의 발달과 인터넷망의 확산, 디지털화에 힘입어 국경이 교환 주체와 교환대상의 흐름을 차단할 수 없어 각국의 상품, 자본, 인력, 기술, 문화, 조직 등의 흐름이 국경을 초월하여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이것은 대내적으로 우리 것만을 추구하고 획일성을 강조하는 문화적 성격에는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이며, 대외적으로 확장적인 활동을 추구하고 다양성과 전문성을 추구할 경우에는 커다란 기회가 될 것이다. 지난 2005년 8월 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막을 내린 ‘난타’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 공연으로는 처음 뉴욕에 진출해 1년6개월이라는 장기공연기록을 남겼고 1990년대 후반 국내에선 드물게 공연을 산업으로 인식한 송승환 PMC 대표는 승산이 안 보이는 한국 연극계(Red Ocean)를 넘어 가능성 있는 해외 시장(Blue Ocean)으로 눈을 돌렸다. 10억의 투자로 500억 원이 넘는 문화상품으로서의 대단한 이윤을 획득3)하게 된 것은 바로 전 지구적 사유의 실천과 우리 고유의 리듬을 보편화 시킨 세방화의 결과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되어 인기를 끈 영화 ‘킬빌’, ‘라스트 사무라이’, ‘스타워즈’같은 헐리우드 대작에 일본의 전통문화, 정신문화, 사무라이적 전통이 자연스럽게 투사된 영화는 일본에 대한 이미지 상승과 일본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전 세계시장으로 소리 없이 펼쳤으며, 전 세계인으로 하여금 일본 문화에 대한 트랜드와 일본 스타일(Japan Style)에 대한 이해를 용이하게 만들었다. 어떠한 정치적·외교적 노력으로도 쉽게 이룩하지 못할 자국의 문화를 영화라는 문화콘텐츠를 이용하여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자국의 이미지와 스타일이 전 세계로 홍보되고 있었다. 코펜하겐 미래학 연구소장 롤프 얀센은 ‘문화를 파는 것이 미래의 키워드’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더 많은 유 ․ 무형의 유산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을 홍보하고 우리의 스타일을 전 세계시장에 상품으로 내놓고 팔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 사유와 행동실천이 문화예술계 전반에 우선적인 가치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본다.
두 번째는, 상생(win-win)의 정신을 구현하는 가치관이다.
“시인은 오로지 시만을 생각하고 경제인은 오로지 경제만을 생각한다면 이 세상이 낙원이 될 것 같지만 다만 휴지와 지폐 두 장만 남을 뿐이다.”
김광규 시인의 “생각의 사이”의 원문에서 수정을 가한 내용처럼 오직 땀 흘려 일해도 돌아오는 것은 빈손이 아닌 모두가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문화감성 코드를 활용한 전략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 고유의 공동체 이념에 뿌리를 둔 ‘더불어 사는 삶 과 더불어 느끼는 행복’이라는 가치관이다. 문화적 콘텐츠가 감성을 표현하는 도구라면 문화적 코드는 우리가 감성에 치우치는 현상 자체4)임을 감안하여 콘텐츠라는 열매에 집착하기 전에 코드라는 뿌리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상생의 정신이 필요하다. 문화예술 생산자와 소비자가 별개라는 인식을 지워버리고 우리 모두가 우리문화의 생산자이며 소비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너와 나 모두가 문화적 주체들이고 객체임을 보여줌으로써, 불씨만 피워준다면 자발적이고 역동적인 열정을 뿜어내는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적 코드를 이용한 문화예술이 모두에게 공유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휴머니즘이다. 낡은 철학 사조인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인간이 인간이기를, 인간다움을 추구하여야 할 영원한 과제이다. 이미 서구 산업사회에 있어서도 인간성 회복 운동으로 물질주의 풍조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하나의 문화의식으로 형성되어가고 있다.5) 인간을 비인간화 하려는 일체의 세력에 저항하고 대항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휴머니즘의 정신이다.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고 기술이 진보하는 세상에서 이 모두가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식, 정보, 기술이 아니 되어선 절대 안 된다. 문화가 상품으로 인식되면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돈만 된다면 어떠한 소재도 차용을 함으로써 인간성이 문화상품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공전의 히트를 누리고 있는 예술작품들이 하나같이 밑바탕에는 인간애라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보편적인 소중한 주제를 깔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 세계가 언어가 다르고 풍습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 해도 전 지구적인 공통의 코드는 ‘인간애’이다. 우리는 브레히트의 표현대로 나쁜 새 시대에서 출발하며 모두들 상업 문화 내에 살고 있음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임을 인정해야한다. 그러므로 인간애는 시대를 초월하고 국경을 넘나드는 최고의 소재로서 지구촌 곳곳을 잠식할 수 있는 문화적 공통 코드로 영원한 창조성의 원천이 될 것이다.
인간의 바람직한 삶의 태도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느냐 하는 명제에 대한 대답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명제에 대한 해답은 그 사람이 어떠한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느냐의 문제와 직결된다. 따라서 가치관은 개인의 태도나 지각, 성격, 동기부여를 위한 기초를 제공하기 때문에 인간관계 연구에 있어서 그 중요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가 보장되는 현대 민주주의에 있어서 개개인의 가치관속에 세계가 내 이웃이고 한 가족이라는 인간애가 보편적인 요소로 뿌리내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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